인구학이 말하는 미래
일단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기초 체력이 약하다. 해외에 나가 보면 일본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약진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우리의 기초 체력은 일본에 비해 열악하다. 또 일본이 저출산과 고령화를 겪기 시작할 때 일본과의 교역이 활발했던 한국, 대만,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은 모두 젊은 인구의 비중이 매우 높았다. 이미 고령화된 일본이 생산하는 제품을 소비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반면 2030년 우리나라가 일본의 오늘날과 같은 인구 구조를 갖게 될 때에는 주변의 주요 교역 국가들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령화된 사회가 될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경제 교류가 이어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2030년 내수시장 규모는 일본의 2015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구학적 관점을 갖게 되면 기업 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현재 벌어지는 일들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할 때 인구학적 관점이 큰 통찰을 줄 수 있다. 기업은 크게 3가지 의사결정에 인구학적 관점을 반영할 수 있다.
첫째, 미래의 ‘수요’를 예측할 때다. 자동차 시장을 예로 들어 보자. 자동차 제조업체는 고급 차 판매에 주력한다. 그런데 이 시장이 10년 후에도 유지될까? 대개 사람들은 은퇴 2, 3년 전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고급 차를 구매한 다음 다시는 차를 사지 않는다. 그 빈자리를 이후 세대가 메워 줘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매년 100만 명에 가깝게 태어났던 윗세대에 비해 지금의 30대는 매년 80만 명밖에 태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사례가 많다. 차가 클 필요가 없으니 실용적인 국산 소형차를 사거나 대형차를 살 돈으로 작지만 폼 나는 외제차를 사겠다고 할 수도 있다.
어느 지역에 진출해야 할지 결정할 때에도 그 지역에 대한 인구학적 관점이 필요하다. 현재 많은 기업이 해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그 나라의 노동시장이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유지될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조직’을 예측할 때도 인구학적 관점을 적용해 볼 수 있다. 흔히 사회의 고령화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회가 늙는 만큼 기업 조직도 고령화된다. 최근 우리나라 조선업이 매우 어려워졌는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쟁국인 중국에 비해 인건비가 워낙 높아서이기도 하다. 고참들만 많아지면서 연령 구조가 점점 기형적으로 변한 결과다.
우리나라의 2030년 상황이 암울할 것이라 예측한 배경에는 가정이 존재한다. 하나는 인구 변동이 현재 예측한 대로 발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구 이외의 상황들(예를 들어 정부의 정책, 기업의 전략)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구 변동은 예측을 벗어나기 힘드니 앞에서 살펴본 미래를 바꾸고 싶다면 인구 이외의 상황들을 조정해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가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 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 기사의 전문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9호(9월 2호)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