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한 오리건의 밤에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죽고싶어 하며 그녀는 울었다.…그래서 그녀는 젊은 포드 세일즈맨과 결혼해서,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해만 빼고는 매년 새 차를 운전했다.―‘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리처드 브라우 티건·비채·2015년) 》
“하든 안 하든, 후회하는 게 결혼이야.”
웨딩마치를 몇 달 안 남긴 후배를 앞에 두고 다들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게 중에서도 저 말은 한 사람과 안 한 사람 모두가 하는 걸 보니 최소한 사실인가 싶다. 결혼 문제가 아니더라도 사람의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다. 선택은 한 번뿐이고, 시간은 냉정하게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게 삶의 본질임에도 우린 후회의 함정에 언제나 걸려든다.
미국 생태문학의 거인으로 불리는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단편집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에 실린 ‘그레이하운드의 비극’은 선택과 후회가 점철된 그런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할리우드에 갈지 말지를 이번에야말로 정해야만 하는 여자는 용기를 끌어모아 할리우드행 버스비가 얼마인지 묻기 위해 고속버스 터미널에 간다. 하지만 주변을 서성거리다 얼굴이 빨개지고, 결국은 현기증을 느끼며 발걸음을 돌린다. 6개월간 터미널 주변을 서성였지만 그녀는 끝내 터미널 직원에게 그것을 묻지 못한다. 그녀는 포드 세일즈맨과 결혼해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
누구에게나 마음속 할리우드가 있고, 자기 나름의 버스 터미널을 서성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여자가 찾아간 터미널이 낯설고 황량했듯, 돌파구로 생각한 꿈의 실상을 알고 나서 공허해지기도 한다. 저자는 가볍고 유쾌한 농담조로 현대인들의 꿈과 현실 사이에 있는 아픈 지점을 곧잘 짚어낸다. 어느 날 마음 둘 곳이 없거나 후회로 쓸쓸해질 때, 거울처럼 비춰볼 만한 책이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