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美대선 TV토론] 클린턴 풍부한 국정경험 안정감… 기득권 이미지-건강이상설 변수 트럼프 방송진행 순발력 돋보여… 발끈해 막말땐 대통령 자질 상처 WP “공부벌레와 레슬마니아 대결”
《 좀처럼 판세를 가늠하기 힘든 올해 미국 대선의 분수령인 1차 TV 토론이 26일(현지 시간) 뉴욕 주 헴프스테드의 호프스트라대에서 열린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69)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70) 후보 간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에서 세 차례 TV 토론의 서막을 여는 1차 토론은 30%에 이르는 부동층을 움직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CNN은 “미 대선 역사에서 TV 토론은 늘 중요했지만 이번만큼 파괴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 S(강점): 국정 경험 vs 방송 순발력
클린턴의 최대 자산은 풍부한 국정 경험이다. 퍼스트레이디,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거치며 모든 이슈를 다뤄 본 클린턴은 토론에서도 안정감을 최대 무기로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제재를 지지하지만 또 다른 차원의 모색도 필요하다”며 차분한 자세를 보였다.
트럼프는 주특기인 순발력으로 응대할 태세다. 그는 미 전국 1위 시청률을 기록한 ‘어프렌티스’를 시즌 14까지 진행했던 리얼리티쇼 스타다. 지난해 6월 출마 선언 이후 지금까지 특유의 정치적 조어(造語)력을 바탕으로 미디어와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의회전문 매체 ‘더 힐’은 “트럼프는 토론회 내내 힐러리가 무슨 말을 해도 ‘부정직한 힐러리’라는 한마디로 맞설 것”이라며 “힐러리의 냉철함과 트럼프의 뜨거움이 정면충돌하는 토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W(약점): 각종 스캔들 vs 막말 흑역사
역대 대선 후보 중 가장 호감도가 낮은 두 사람의 약점은 거꾸로 상대방을 살려놓았다. 그만큼 치명적이었다. 7월 전당대회 후 지지율이 욱일승천하던 트럼프가 무슬림 전몰장병 부모 비하 발언으로 일순간 무너졌지만, 8월에는 클린턴이 개인 e메일, 클린턴재단 로비 의혹 스캔들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주저앉았다.
○ O(기회): 준비된 외교 대통령론 vs 현 정부와 안보 실패 공동 책임론
북핵 사태와 테러 등 잇따라 외교안보 이슈가 터지면서 두 사람 모두 상황을 반전시킬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클린턴으로선 외교 안보 이슈는 전문 분야다. 트럼프는 지금 벌어지는 국제적 혼란이 모두 오바마 대통령의 실패이자 클린턴 국무장관 시절 잉태된 정책적 오류라고 주장한다.
○ T(위협): 건강 이상설 vs “대통령감 아니야”
클린턴이 토론에서 피곤한 모습을 보일 경우 건강 이상설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 클린턴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도 토론 도중 화장실에 갔다가 한동안 돌아오지 않아 그가 없는 상태로 토론회가 진행된 적이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