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에서 대치로]벼랑끝 대결속 고민깊은 與野
격앙… 여유… 엇갈린 與野 표정 24일 새벽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면서 여야 3당 원내대표의 표정도 엇갈렸다. 23일 본회의장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정회를 요구하던 중 땀을 닦고 있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왼쪽사진)와 달리 25일 국회 기자간담회를 연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운데 사진)와 24일 투표하는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여유로워 보인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배수의 진’ 친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25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두 시간 반의 격론 끝에 ‘배수의 진’을 쳤다. 김현아 대변인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행태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여당의 결기를 보여주기 위해 이날 오후 10시 심야 의원총회도 열었다. 사의를 표명한 정진석 원내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100여 명이 모인 의총에서 이정현 대표는 야당을 겨냥해 “대통령을 쓰러뜨리려는 것이다. 계속 의혹 제기하고 해임 건의하다가 (대통령) 탄핵까지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 ‘야권의 힘’ 확인한 더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거야의 힘을 바탕으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공세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서 통과된 해임건의안이 6번째인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적이 없다. 독재 시절인 박정희 정권 때도 받아들였다”며 “박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오만·오기·불통 정권임을 확인시킬 것”이라며 압박했다.
우 원내대표가 당초 협상 카드로 꺼내들었던 ‘김재수 해임건의안’을 강행한 것은 여소야대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전통적 지지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국회 파행만은 안 된다’는 의회주의자 우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이 전통적 지지층에서 나왔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의 고민도 적지 않다. 한 비주류 의원은 “해임건의안이 부결되면 야당 전체가 죽으니 일단 찬성표를 던졌지만, 향후 파국이 걱정”이라며 “‘정치혐오’, ‘국회무용론’을 꺼내든 청와대만 신나게 해준 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의당은 해임건의안 가결 이후 ‘새누리당 2중대가 되려 하느냐’는 야권 성향 지지층의 불만을 달래고 캐스팅보트로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자체 평가를 하고 있다.
당초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야3당과 해임건의안 제출을 약속했다가 당내 반발에 부닥쳤다. 하지만 북한 핵 개발 책임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떠넘긴 박 대통령의 22일 수석비서관회의 발언과 23일 ‘국무위원 필리버스터’에 대한 반감 등을 계기로 당내 설득에 성공하면서 해임건의안 통과에 힘을 보탰다.
다만 국민의당이 갈 지(之) 자 행보를 보인 데 대한 타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당론 채택 등 잇단 ‘강경화’에 대한 거부감도 당 안팎에서 표면화되고 있다. 해임건의안 처리를 반대한 황주홍 의원은 “우리는 강 대 강으로 치닫는 극한적 대결정치에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박 위원장도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박 위원장 측 관계자는 “‘반쪽 국감’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을 중재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유근형·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