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에서 대치로]與 퇴장속 장관 해임안 표결 참여… 절차 논란엔 “법대로 했다” 되풀이 중재자 역할 ‘의장다움’ 저버려
민동용·정치부
23일 밤 12시 직전 차수변경이 이뤄졌을 때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날치기다. 나와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항의한 데 대한 정 의장의 반론 격이었다. 국회법 77조에 따르면 의장은 의사일정 변경을 위해서는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야 하는데 정 의장은 이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25일 “23일 밤 11시 40분경 국회 의사과장이 차수변경안을 담은 문서를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쓱 내밀더라. 이게 어떻게 협의냐”라며 어처구니없어 했다. 새누리당은 직권남용 등으로 정 의장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회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잘못 인식된 측면이 있어서 그렇지 합의기구가 아니다. 협의기구로 다수결에 따르는 게 원칙이다. 국회법 169개조를 봐도 ‘합의’보다 ‘협의’라는 말이 월등히 많다. 그만큼 협의의 형식에 대해서는 의장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한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많다.
그래서 더욱 정 의장이 ‘법대로’를 강조한 것은 실망스럽다. 의장은 모든 일을 법대로만 하는 자리가 아니다. 정치의 전당인 국회에서 정치적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하는 자리다. 충돌하는 여야 사이에서 거중조정의 ‘예술’을 펼치는 자리다. 정 의장이 이번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그런 역할을 다했는지 솔직히 의문이다.
개회사 파문 때도 그랬고 이번 일도 그렇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중재자의 면모보다 ‘정치인 정세균’의 모습이 더 두드러지는 점은 아쉽다. 해임건의안 표결 때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했는데도 정 의장은 한 표를 던졌다. 이 역시 국회법대로라고는 해도 개운치 않다.
민동용·정치부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