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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개혁 주도’ 정갑영 前총장의 쓴소리

입력 | 2016-09-26 03:00:00

[프리미엄 리포트/2016 대한민국 대학 현주소]
“연구-교육중심 다양한 ‘링’ 필요한데 한국 대학 하향평준화로 가고 있어”




 “지금 한국 대학은 하향 평준화로 가고 있다. 정부가 대학을 한 가지 길로 몰지 말고 교육이든 연구든 각자의 ‘링’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연세대 17대 총장으로 올해 초까지 4년 동안 학교를 이끌고 최근 정년퇴임한 정갑영 연세대 명예 특임교수(64·한국생산성본부 고문·사진)의 충고다. 그는 국내에서는 도전 받지 않는 위상을 자랑하는 연세대에서 개혁을 주도하며 인천 송도에 국제캠퍼스를 만들고 ‘레지덴셜칼리지(RC·기숙형 대학교육)’를 자리 잡게 만들었다.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에서 만난 그는 “그동안 한국의 대학들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지만 대학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는 대학 장학금 지원을 늘렸다고 내세우고 있다.

 “장학금도 필요하다. 그런데 그게 대학의 재정 확충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가격을 규제하면 물건의 품질이 좋아질 수 없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인데 한정된 재원이 장학금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 대학은 획일화되면서 하향 평준화의 길로 가고 있다.”

 ―획일화하지 않으면 다른 길이 있나.

 “연구는 대학의 핵심 역할이지만 모든 대학이 연구 중심 대학이 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연구와 교육, 수도권과 지방거점대 등 다양한 ‘링’을 만들어주고 각자의 링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대학 교육의 수준과 졸업장의 가치가 떨어지니 “등록금이 비싸다”는 아우성이 나오는 것 아닌가.

 “그런 측면이 있다. 그동안 대학은 수요가 넘쳐났다. 그럴수록 앞으로의 대학 변화와 발전이 중요하다. 4차산업이든 창조경제이든 우리나라가 다시 도약하려면 그 원동력은 대학의 연구와 교육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스탠퍼드대와 실리콘밸리의 관계를 보면 알 수 있다.”

 ―대학이 변화의 방향을 잡아도 그대로 밀고 가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지금 대학은 총장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조직이다. 학생 교수 학부모 동문 등 주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모두가 주인다운 책임을 지려고 하진 않는다. 인기가 아니라 철학과 능력 중심으로 총장을 뽑고 그 뒤에는 뜻을 펼칠 수 있게 도와줄 필요가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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