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특성화고-마이스터고, 고가 실습기자재 살펴보니
경북 지역의 한 특성화고가 1991년 구입해 25년간 사용 중인 수직밀링머신. 표면에 낡은 흔적들이 보인다. 김세연 의원실 제공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기자재의 내구연한은 보통 5∼10년이다. 각 학교에서 취득한 지 20년이 지난 기자재는 623개(5.6%)에 달했다.
서울의 A고는 1979년 1033만 원씩을 들여 구입한 수직밀링머신(커터로 공작물을 자르거나 깎는 기구) 두 대를 아직 사용 중이다. 내구연한은 10년으로 지난 지 한참 됐다.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밀링머신 사용률이 과거보다 떨어졌지만 보수해가며 쓰고 있다. 요즘은 밀링머신보다는 CNC선반(컴퓨터를 이용한 자동 선반)을 더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A고는 CNC선반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 한 대에 최대 6000만∼7000만 원을 호가하는 기계를 살 만한 예산이 없어서다. 보통 같은 기계가 여러 대 필요하면 몇 해에 나눠 산다. 이 학교 교감은 “여러 학생이 기계를 돌려쓰다 보니 실습과 시험 때 대기시간이 길어진다”고 말했다.
올해 전북을 제외한 16개 시도 교육청의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실습 기자재 확충 예산은 499억9000만 원이다. 이걸 기준으로 내구연한이 초과된 기자재만 바꾼다고 가정해도(평균 취득가 2500만 원 기준) 3년이 넘게 걸린다. 이렇게 바꾸어도 산업 트렌드 변화는 매우 빨라 금방 구식이 되는 것도 문제다.
김 의원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상용화되는 시대에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가 구입한 지 수십 년 된 기자재를 계속 활용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산업현장에서 직접적인 실습교육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마이스터고 관계자는 “대부분 산업계는 ‘우리가 (경영이 어려워) 죽어 가는데 무슨 고등학생 교육이냐’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며 “몇 학교가 함께 사용하는 공동실습소라도 많이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