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림읍 ‘김창열미술관’ 개관
김창열 작가는 “달마대사는 9년 수행 끝에 도통했다는데 나는 평생 물방울 그리기 수행을 했음에도 여전히 아내에게 소리나 지르는 속물”이라고 말했다. 제주=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원로 화가 김창열 씨(87)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김창열미술관’이 24일 제주 제주시 한림읍에 개관했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씨는 “물방울만 계속 그려온 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뿐이어서였다. 그래도 그 한 가지 노력을 멈추지 않은 덕에 이런 보답을 얻은 듯하다”라며 감격에 젖었다.
24일 개관한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옥외 중앙정원을 옥상에서 내려다본 모습. 인공연못 한가운데 놓은 돌과 유리 구는 김 씨가 제안한 조각 작품으로 ‘삼신(三神)’이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기획전시실에 걸린 1972년작 아크릴화 ‘밤(Night Occurrence)’. 프랑스 파리에서 막 주목받기 시작할 무렵 그린 작품이다. 제주=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김창열미술관이니 당연히 내 대표작을 내놓았다. 물론 이별할 때는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제주의 자연은 프랑스와 비슷하다. 이곳 사람들도 프랑스인들처럼 미술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대한 애정이 크다. 피란 시절에는 평소 존경했던 추사 김정희 선생을 만나는 듯한 감동을 안겨줬던 땅이다. 이중섭 등 다른 작가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도 새삼 다시 떠오른다.”
7월 공모를 거쳐 개막 하루 전인 23일 취임한 김선희 관장은 “아기자기한 지역 행사를 지속적으로 마련하면서 우수한 역량의 젊은 작가들을 풍성하게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입장료는 700∼1000원. 개관 기념으로 3개월 동안 무료로 개방된다.
제주=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