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문화 바꾸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한 노인 환자가 간호사의 부축을 받고 있다. 이 병원은 전문 간호인력이 24시간 통합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환자가 간병인을 따로 두지 않아도 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회사원 최모 씨(48·서울 목동)의 부친은 3년 전 신장질환에 걸렸다. 최 씨 아버지는 입·퇴원을 반복했고, 주말마다 침상 곁을 지키던 최 씨는 잦은 수면 부족으로 눈이 붓고 온몸이 쑤셔 올 때가 많았다. 어쩔 수 없이 간병인을 고용했더니 한 달에 25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 몸이 아픈 아버지가 자주 짜증을 내면서 친밀하던 부자관계도 소원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최 씨 아버지가 먼저 “○○의료원으로 가자”고 부탁했다. 이 병원은 간병인 없이 간호사들이 간병까지 해주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었다. 병원을 옮기자 간병인이 하루 종일 환자 곁에 머물 필요가 없었다. 간호사들이 시간을 정해놓고 최 씨 아버지의 상태를 살피고 세면, 식사 보조까지 해줬다. 최 씨는 “아버지도 심리적 안정감을 찾았고 저 역시 일상의 행복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확대하는 이유다. 2013년 7월 시작된 이 제도는 전문 간호사가 환자의 간병뿐만 아니라 간호까지 책임지는 서비스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제도 초기 ‘포괄간호 서비스’로 불렸지만 지난해 의료법 개정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2015년부터 국고 지원 방식 대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시범사업으로 전환해 지방 중소병원뿐만 아니라 대형병원으로 확대됐다. 현재 상급 종합병원 13곳, 종합병원 112곳 등 전국 병원 200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보호자들이 환자와 함께 병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국내 간병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병실마다 환자 병상에 딸린 보조침대에 병시중을 드는 간병인이 누워 있는 모습이 병원의 일상이 되면서 가족이나 간병인이 섭취하는 음식 냄새, 전화, 대화 소리로 병실이 혼잡했다. 병원을 오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감염병 전파 위험성도 확대됐다.
하지만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전문 간호인력이 24시간 환자에게 통합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입원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사회적 이슈가 된 병원 내 감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간병인 등 방문객이 제한되고, 병원인력만으로 간호, 간병이 이뤄지면서 감염병 확산을 제어하기에 용이해진 탓이다.
무엇보다 부담이 큰 ‘간병비’도 크게 줄어든다. 환자는 현행 입원료 대신 간병비가 포함된 ‘포괄 간호 병동 입원료’를 지불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간병인 1명이 환자 1명을 돌볼 경우 간병비는 하루 7만∼8만 원에 이른다. 여기에 입원료 약 1만 원(입원료 4만7490원의 20% 본인 부담금)을 추가로 내야 했다. 하지만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이용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1인당 1만9000∼2만5000원 내외만 부담하면 된다.
간호 서비스의 질도 향상된다. 건강보험공단이 고려대 의대 연구팀과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경험한 환자를 설문조사한 결과, 이용 환자의 85% 이상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다시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간호 시간이 일반 병동에 비해 1.7배로 늘면서 욕창 발생이 75%, 낙상 사고가 19% 감소했다. 직장암 수술을 받고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에 입원했던 김문경 씨는 “수시로 병실을 순회하는 간호사 덕택에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간호인력 확충이 과제
보건복지부는 올해 말까지 이 제도를 400곳, 2017년에는 1000곳, 2018년에는 전국 모든 병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시행하는 병원은 건보공단의 ‘건강 in’ 홈페이지(hi.nhis.or.kr)에서 검색할 수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