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워싱턴특파원
나중엔 빌의 성폭행 전력(前歷)까지 책으로 출간됐다. ‘1969년 영국 옥스퍼드대 학생 시절 19세 여대생을 성폭행해 학위를 받지 못했고, 결혼 3년 뒤인 1978년 주지사 캠프 자원봉사자의 입술을 깨물어 가며 강간했다’는 증언이었다.
외도뿐이 아니었다. 성추문 소송에 변호사를 대느라 빚이 1100만 달러(약 120억 원)까지 늘었다. 힐러리는 2014년 인터뷰에서 “(2001년 1월) 백악관을 떠날 때 스탠퍼드대 학생이던 첼시의 학비도 버거웠다. 우리는 파산 상태였다”고 고백했다.
엄청난 빚 때문이었는지 백악관을 나온 힐러리는 ‘돈의 노예’가 되다시피 했다. 한 번에 2억 원짜리 강연으로 300억 원을 벌어들였고, 책을 팔기 위한 서명 행사로 전국을 누볐다. 국무장관 시절에는 각국 인사들을 만나주는 대가로 클린턴재단에 1억 달러(약 1100억 원) 이상을 후원받은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 재단 운영에는 딸까지 참여하고 있고, 개인 용도로 돈을 빼 썼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에는 유세까지 뒷전으로 미뤄 놓은 채 밥 한 끼 먹어주고 5500만 원씩, 사진 한 번 찍어주고 1100만 원씩 받아 3주 만에 560억 원을 챙겼다. 그녀에게 우호적인 주류 언론까지 제정신이 아니라고 비난했다.
주고받는 게 일상화돼 있는 미국에서 거액의 후원은 음습한 뒷거래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공화당 안팎에서는 “힐러리가 돈을 받고 국가 기밀을 팔았다”는 의혹까지 제기한다. 국무장관 자리도 돈벌이에 활용한 그녀가 대통령이 된다고 달라지길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악착같이 돈을 모은 그녀는 남편 퇴임 1년 만에 빚을 청산하고, 올해 2150만 달러(약 230억 원)를 재산으로 신고했다. 우리 정치인이 힐러리처럼 살았다면 대통령은커녕 검사들의 먹잇감이 됐을 게 뻔하다. “집에서 돈이나 세라”는 댓글 폭탄과 함께 정치권을 떠나야 했을 것이다.
흑인보다 50년이나 늦게 여성참정권을 인정한 미국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힐러리. 하지만 나는 그 도전이 그리 아름답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박정훈 워싱턴특파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