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 2차전에서의 졸전으로 비난받은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꺼낸 화두는 '자성과 변화'다.
슈틸리케 감독은 26일 최종예선 3, 4차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며 "시리아(2차전)와 비기면서 자초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부진한 경기력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1, 2차전에 대한 반성을 시작으로 카타르(10월 6일), 이란(10월 11일)과의 2연전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경기에서 세 가지 실수를 했다"고 털어놨다. 시리아전 이후 거친 잔디 문제를 거론해 핑계를 대는 듯한 인상을 준 것과 교체 카드가 남아 있었지만 공격수를 투입하지 않은 것, 엔트리(23명)를 채우지 않고 20명을 소집한 것을 실수로 꼽았다. 시리아전이 끝난 뒤 컨디션이 좋은 K리거를 뽑지 않고 해외파에만 의존해 팀 전체의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논란이 일었던 것을 의식해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에는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23명을 모두 채웠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시리아전 명단에 K리거 4명을 포함시켰던 것과 달리 이번 대표팀에는 이미 주전급으로 자리를 잡았거나 과거에 대표팀에서 활용한 적이 있는 K리거 8명을 뽑았다. '깜짝 발탁'보다는 이미 검증된 K리거를 발탁해 단기간에 조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21일 제주와의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2골을 넣는 등 골 감각을 회복한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196㎝)을 1년여 만에 대표팀에 복귀시킨 슈틸리케 감독은 "김신욱이 컨디션을 회복하기를 기다려왔다. 그의 큰 키를 활용해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소속팀에서 맹활약 중인 미드필더 김보경(전북), 측면 수비수 홍철(수원 삼성) 의 합류로 대표팀은 해외파와의 경쟁을 통한 전력 강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례적으로 강경 발언을 한 것은 최종예선 최대고비인 '난적' 이란과의 경기를 앞두고 기강을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테랑 수비수 곽태휘(FC서울)가 대표팀에 재발탁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곽태휘와 같은 베테랑이 팀의 규율을 잡아줘야 한다. 1, 2차전에 곽태휘를 뽑지 않은 것도 실수였다"고 말했다.
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