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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국산 참깨-철저한 위생… “복 있는 참기름 사러오이소”

입력 | 2016-09-27 03:00:00

[내고장 전통시장]<1>부산 덕포시장




이지원 덕포시장 상인회 부회장이 부산 사상구 덕포시장 내 참기름 기계에서 직접 짠 참기름을 들어 보였다. 덕포시장 상인들은 소비자들이 참기름 하면 덕포시장을 떠올릴 수 있도록 최상의 참기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버스가 오가는 2차선 도로를 따라 쭉 걷다 보면 오른편에 고소한 냄새가 풍겨오는 골목이 나온다. 고개를 돌려보면 싱싱한 과일을 늘어놓은 청과물상과 촌스러운 듯 정겨운 그릇을 파는 상점이 보이고, 그 안쪽으로 곧은 시장통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부산 ‘복이 있는 덕포시장’이다.

 덕포(德浦)의 ‘덕’은 언덕이라는 뜻으로 덕포는 언덕에 있는 포구를 의미한다. 옛날 큰 포구가 있던 자리에 사람들이 북적이면서 덕포시장이 자연스레 형성됐다. 현재 점포 수는 199개. 1978년 개설된 시장은 2007년 2월 전통시장으로 정식 인정됐고 이때 시장 명칭을 ‘복이 있는 덕포시장’으로 등록했다.


○ 100% 국산 참깨로 만든 참기름

 덕포시장 한가운데에는 전통시장에 있을 것이라고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기계 설비가 갖춰져 있다. 올해 6월 만든 참기름 생산 공장 ‘덕포시장 진유당’이다. 이곳에서 100% 국내산 깨만을 사용해 만든 참기름이 나온다. 상인들은 직접 짠 참기름을 한 달간 숙성시킨 후 침전물을 제외한 맑은 원액만을 걸러내 ‘복이 있는 참기름’을 내놨다. 또 지역 연구기관인 신라대 식품영양학과와 협약을 맺고 생산된 전 제품을 신라대 연구소에 보내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

 이런 노력 끝에 덕포시장의 참기름은 국내 전통시장 상품 중 최초로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았다. 최봉근 덕포시장 상인회장은 “이 인증은 1년에 한 번씩 점검해야 하는 까다로운 것이기에 공장에 들어갈 때에는 소독한 복장을 갖추고, 이틀에 걸쳐 기계 모두를 일일이 청소하는 등 위생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전통시장의 브랜드화

 올해 덕포시장에서 생산한 참기름은 42병. 공정 중에 온도가 1도만 올라가도 깨가 타버리거나 기름 점성이 달라지는 등 까다로운 생산 과정 때문에 1차로 소량만 만들었는데 이 중 대부분이 팔렸다. 직접 경험해 보며 얻은 생산 노하우를 축적해 최상의 참기름을 만들겠다는 게 덕포시장의 포부. 이지원 상인회 부회장은 “믿을 수 있는 국산 참기름을 사고자 할 때 누구나 덕포시장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며 “우리 상인들도 꾸준히 공부해 추후 두부나 콩나물 같은 전통시장 제품들도 브랜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 들깨를 이용한 덕포시장만의 특화 요리도 선보인다. 들깨해물찜, 들깨족발, 들깨죽, 들깨수제비, 들깨만두 등의 요리법을 신라대 식품영양학과, 부산조리고와 함께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안에 시판할 예정이다. 또 덕포시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삼락생태공원의 캠핑 인구를 겨냥해 들깨 요리를 캠핑장까지 배달해 주는 시스템도 계획 중이다.


○ 통닭 골목을 아시나요

 덕포시장의 또 다른 명물은 통닭 골목이다. 즉석에서 튀긴 프라이드 통닭을 1만2000원, 양념 통닭을 1만3000원에 맛볼 수 있다. 최근 닭 요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덕포시장 통닭 골목에 대한 글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기대만큼 많은 통닭 가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프랜차이즈 닭과는 또 다른 ‘전통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김해통닭’은 2호점까지 냈다. 2호점이라고 해봐야 기존 가게 옆에 매장을 확장한 것이지만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것이어서 의미가 작지 않다. 김해통닭은 오전에는 영업하지 않고 오후 1시부터 밤 12시까지 문을 연다.


○ 전통시장의 젊은 변신

 덕포시장은 신라대와 함께 축제를 기획하는 등 젊은층의 전통시장 방문에 각별히 힘을 쏟고 있다. 6월 1, 2일 개최한 신라대의 ‘2016 대동제’와 덕포시장의 ‘복 터지는 날 축제’는 양 기관이 부산 사상구의 행정 지원을 받아 상호 협의하에 축제 일정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신라대 정병로 산업디자인학과 교수가 신라대 학생과 외국 유학생의 시장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대학 축제와 시장 축제를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젊고 발랄한 시장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덕포시장 축제장에 페이스 페인팅, 캐리커처, 공예체험, 풍선아트, 미니 꽃꽂이, 우드아트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도입했다. 또 신라대 학생동아리의 공연과 사상구 마을기업 ‘모래내 벨칸토’의 합주, 탈북자 중심으로 구성된 평양예술단 공연 등의 행사도 진행해 전통시장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기여했다.

 신라대와 덕포시장은 지난해 10월 상생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다양한 활동을 공동으로 진행해 오며 시장 활성화 방안을 협의하는 등 협력을 확대해 왔다. 덕포시장 육성사업단을 만들어 신제품을 개발하고 신라대 학생들이 2개 매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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