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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巨野 횡포 그냥 못넘겨”… 집권당대표 사상초유 단식 배수진

입력 | 2016-09-27 03:00:00

[여야 强대强 대치]이정현 “정세균 의장 물러날때까지 투쟁”




이정현 “동료의원 지지 감사” 정진석 “DJ 단식땐 YS 위로방문”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26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위 사진 오른쪽)가 지지 방문을 온 지상욱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1990년 10월 11일자 동아일보를 들어 보이며 “야당은 이 대표의 단식을 조롱하지 말라”라고 지적하고 있다(아래 사진). 당시 김영삼 민주자유당 대표는 단식 중인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를 위로 방문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26일 오후부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이정현 대표 곁에는 국회법 책자가 놓여 있었다. TV에선 정세균 국회의장의 “맨입으론 안 된다”는 녹취록이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회색 점퍼 차림의 이 대표는 “어영부영 하려면 시작도 안 했다”며 “정 의장이 국회의장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강력한 투쟁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결연한 뜻을 내비쳤다.


○ 초유의 여당 대표 단식 배경

 집권여당 대표의 단식 투쟁은 전례가 없다. 2003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최병렬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 거부에 항의하는 단식에 돌입하긴 했지만 당시 한나라당은 여당이 아닌 야당이었다.

 이 대표의 단식 투쟁을 놓고 야당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자 새누리당 지도부는 발끈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1990년 당시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가 단식 투쟁을 벌이자 김영삼 민주자유당 대표최고위원이 찾아가 위로했던 동아일보 기사 사진을 제시하며 “우리 정치 거목들은 여야를 떠나 동료의식이 있었다”며 “집권여당 대표가 비장한 각오를 보여주고 있는데 (야당이) 비웃는 게 할 얘기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례없는 무기한 단식 투쟁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기서 밀리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심야 의총에서 “대통령을 쓰러뜨리려는 것이다. 탄핵까지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야당을 맹비난했던 이 대표는 “다수당의 횡포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받아들여지면 약육강식의 세상이 될 수밖에 없다. 다수당 횡포를 많이 봤지만 털끝만큼 양심도 없이 하는 세력은 처음 봤다”고 거듭 목청을 높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페이스북 글에서 “대통령께는 말 한마디 못 하고 국회의장을 향해 무기한 단식이라. 코미디 개그”라고 힐난하자 이 대표는 “나이 76세나 먹은 사람이 이렇게 고향 후배를 능멸하면 되냐”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과 윤리위 제소를 곧 제출할 것”이라며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시한 국회법 개정안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향후 며칠 동안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강 대 강 대치 정국’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 의장은 이날 새누리당의 사퇴 요구에 대해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일축했다. 앞서 정 의장이 정기국회 개회사 파문을 일으켰을 당시 중재에 나섰던 8선 서청원 의원도 이날 “저쪽(야당)의 잘못이 너무 크다. 중재할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여당이 먼저 초강수를 던진 상황에서 섣불리 중재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도 “결자해지 아니겠느냐”며 “정 의장이 해결해야 한다”고 공을 넘겼다.


○ 국정감사 복귀론도 나오지만 출구전략 안 보여

 다만 집권여당으로서 국정 운영의 책임감을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새누리당은 긴급 10대 민생과제를 선정해 국정감사 기간에 전문가 간담회와 현장 방문, 당정 협의를 열기로 했다.

 애초 당 지도부는 이 대표의 단식 투쟁과 동시에 나머지 의원들은 국정감사에 복귀하되 정 의장의 정치적 중립 위반은 강하게 비판하는 ‘투 트랙 전략’을 검토했다. 하지만 정 의장의 ‘맨입 발언’ 녹취록이 공개됐고, 25일 심야 의총에서 강경투쟁론이 힘을 받으면서 결국 초강경 대치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현재 새누리당 내에선 다수의 투쟁론이 현실론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을 압도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무성 전 대표가 1인 피켓 시위 첫 주자로 나서고, 김 전 대표의 측근인 김성태 의원에게 정세균 사퇴 관철추진위원장을 맡긴 이유는 당내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분수령은 이번 주 중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가 단식을 이어가면서 정 의장을 규탄하는 메시지는 내놓되 야당이 대화의 물꼬를 터준다면 국정감사 전체를 보이콧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여소야대 정국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것도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 장기화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강경석 coolup@donga.com·송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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