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횡령배임 혐의 영장 청구… 28일 실질심사
○ 신동빈, 경영권 고지 놓고 ‘공짜 급여’ 비리 공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조재빈)가 신 회장에게 적용한 횡령 혐의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2)에게 400억 원대, 신격호 총괄회장(94)와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57)와 그의 딸 신유미 씨(33) 등에게 100억 원대 ‘공짜 급여’를 지급한 것이다. 그 역시 일본롯데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임원으로 등재돼 120억 원대의 공짜 급여를 받았지만 관할권이 없어 처벌 대상에서는 제외된 상태다.
신 회장은 금융시스템 제공 계열사인 롯데피에스넷이 심각한 경영 부실에 빠지자 계열사를 동원하다 480억 원대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역시 신 회장이 유통 중심의 ‘아버지 롯데’와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해 주력 사업으로 추진한 롯데피에스넷의 부실이 아버지에게 보고되거나 경영권 승계의 부정적 이슈로 거론되는 것을 우려해 계열사를 무리하게 동원한 단서를 여럿 확보했다. 신 회장은 일부 주주가 롯데피에스넷의 유상증자에 반대하고 나서자 자신의 경영 손실을 숨기기 위해 계열사를 통해 휴지 조각에 불과한 해당 주주의 주식을 90억 원에 사들였다. 신 회장은 아버지의 감시가 사실상 무력화된 최근에는 롯데피에스넷의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다.
신 회장이 롯데시네마 내 매점 등 알짜 사업인 ‘팝콘 비즈니스’를 서 씨 등 총수 일가 구성원에게 불법 임대하고 일감을 몰아줘 770억 원대의 수익을 챙겨준 혐의(배임)도 있다. 신 총괄회장은 신영자 씨와 신유미 씨에게 경영권을 주지는 않았지만 이런 이권을 줬고, 신 회장 역시 잠재적 상속권자이던 이들을 달래고 우호적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이익이 되니 이를 알고서도 실행했다는 것이다. 결국 경영권을 놓고 오너 일가가 각자 셈법에 골몰하는 동안 재계 5위 기업집단에서 여러 비리가 자행됐다는 결론이다.
○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아버지 밑에서 비리 발생
신 회장에게 적용된 횡령 배임 혐의는 절대 권력을 갖고 두 아들 중 어느 누구에게도 완벽하게 손을 들어주지 않던 신 총괄회장의 경영 방침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신 회장과 친형 신 전 부회장은 1997년부터 각각 한국과 일본 롯데 경영을 맡은 뒤 경영권을 놓고 경쟁과 대립을 거듭했다. 신 총괄회장은 딸이나 사실혼 관계인 서 씨에게는 롯데의 경영권을 물려주지는 않으면서도 그룹의 각종 이익과 지분을 안겨 줬다.
한편 롯데그룹은 26일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안타깝게 생각한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한 후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을 포함해 롯데 오너 5명 전원이 기소될 위기에 처하자 일선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롯데의 한 직원은 “그동안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심지어 회장이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니 일이 손에 안 잡힌다”라며 답답해했다. 롯데는 신 회장이 구속되면 창립 69년 만에 초유의 경영 공백 위기를 맞게 된다. 한 관계자는 “경영 공백에 대한 가정은 해봤지만 실감은 못 했던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장관석 jks@donga.com·김현수·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