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남탓만 하는 국회]“투정 좀 부렸다고 전부 드러눕나” 출구 찾기는커녕 연일 與 자극… 당내 “힘만 셌지 제대로 쓸줄 몰라”
우경임·정치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를 주도한 더민주당은 고비마다 힘자랑만 했다. 전날 국정감사를 2, 3일 연기하자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중재안도 거부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의 당 대표 단식이라는 초강수를 불렀다. 그런데도 이날 당내에서는 단독 국감을 강행하자는 목소리가 거셌다. 이날 여당이 위원장인 5개 상임위 소속 더민주당 의원들은 사회권을 넘기라고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일부 ‘강경파’ 초선 의원은 사회권을 넘겨받아 단독 국감을 하자는 내용의 성명서까지 검토했다고 한다.
더민주당은 이처럼 대치 국면이 길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원내 관계자는 “김 장관 해임건의안 수용을 두고 공방이 오가다 국감이 하루 이틀 중단될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출구전략도 마련하지 않은 채 힘부터 썼다고 시인한 것이다. 하지만 김재수 정국 해법을 묻는 질문에 대해 “여당이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 “당 대표의 단식이 비상식적”이라며 남 탓만 했다.
국회가 파행 중인 이날 더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전북 김제를 방문해 지역 농민들과 쌀값 대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단식농성은 번지수가 틀렸다. 대통령에게 그냥 잘 보이고 싶은 것뿐이어서 대통령이 ‘장하다’ ‘잘했다’고 하면 (곧바로) 끝날 것”이라고 했다. 여당이 국회로 복귀할 명분을 주기는커녕 감정을 자극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여소야대’를 만들어준 국민이 어떤 야당을 바라는지 더민주당은 잊은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 우병우 거취 논란이 공론화할 수 있었는데 해임건의안으로 이슈가 묻혔다”며 “국민이 김재수(장관)를 얼마나 알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힘은 얻었지만 아직 어떻게 쓸지 모르는 것 같다. 대여 경고의 비용이 크다”고 우려했다.
우경임·정치부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