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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국민의당/길진균]국민의당… 중재역할 못하고 갈등 기름부어

입력 | 2016-09-28 03:00:00

[‘파행’ 남탓만 하는 국회]
與엔 “상임위원장 사회권 내놔라” 더민주엔 “국감 연기했어야” 비판




길진균·정치부

 “요즘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서로 (쳐다)보지도 않으려 한다. 국민의당이 세게 나가겠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7일 출입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중재자’ 역할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당은 극한 대립으로 맞서고 있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사이에서 연일 양당을 압박하며 존재감을 키우려 하고 있다. 하지만 고비마다 태도가 바뀌는 ‘갈지(之)자 행보’로 양당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하면서 정치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두고 국민의당은 오락가락했다. 더민주당과 정의당이 김 장관 해임안을 제출한 21일 국민의당은 야3당 합의를 깨고 이에 불참하면서 새누리당 편을 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당 지지율이 떨어지자 제3당의 존재감을 찾기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본회의 표결 때는 김 장관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더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현 정부에 부정적인 야권 지지층을 의식해 이틀 만에 야권 공조로 돌아선 것이다.

 박 위원장은 25일 새누리당이 국감 보이콧 의사를 밝혔을 때도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상임위) 개회를 하지 않으면 사회권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해임건의안을 주도한 더민주당보다 한발 더 나아간 강경 발언이었다. “더민주당도 같은 결정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그랬던 국민의당이 26일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국감 2, 3일 연기’라는 휴전 제안을 즉각 수용하면서 더민주당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여야 원내지도부 사이에선 “이제 박 위원장이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의 ‘조롱 정치’도 도마에 올랐다. 26일 페이스북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향해 “대통령께는 말 한마디 못하고 국회의장을 향해 무기한 단식이라. 푸하하, 코미디 개그”라고 비꼬았다. 단식 농성에 들어간 이 대표가 즉각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27일엔 “국회의장의 국감 연기 제안을 더민주가 받아들였다면 이 대표도 단식을 못 했을 것”이라며 더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여야를 오가는 가벼운 발언이 국회의 대치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당이 4·13총선에서 제3당의 성과를 낸 건 여야의 적대적 공존을 뛰어넘는 촉매제 역할을 해 달라는 국민 바람에 따른 것이다. 그런 국민의당이 요즘 중재는커녕 불화만 가중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길진균·정치부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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