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책 인기
이처럼 요즘 서점가에서는 존엄한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책들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외과 의사가 환자들을 만나며 의미 있는 마지막 순간에 대한 생각을 담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아툴 가완디 지음·부키)도 지난해 5월 출간된 후 현재까지 5만5000여 권이 팔렸다. 영국의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가 환자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경험을 토대로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해 쓴 ‘참 괜찮은 죽음’(헨리 마시 지음·더퀘스트)도 올해 5월 출간돼 1만 권 이상 팔렸다. 출판사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치다.
신경과 의사인 올리버 색스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4편의 에세이를 묶은 ‘고맙습니다’(알마)는 올해 5월 말 나온 뒤 모두 5500여 권이 팔렸다. 특별판 1, 2는 가격이 일반판(6500원)의 3∼4배에 이르는데도 불구하고 한정판으로 각각 찍은 500권이 모두 나갔다. 저자들은 모두 인문학적 소양이 깊은 의사로, 폭넓은 사유와 죽음에 대한 경험을 결합해 큰 울림을 주는 책을 탄생시켰다.
이들 책의 주요 독자는 40, 50대로 알려졌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재의 40, 50대는 고민에 대한 답을 책에서 찾으려는 성향이 강한 세대로, 주위에서 죽음을 접하며 본인과 부모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고령화가 본격화되기 시작됐던 1990년대 중반부터 죽음을 다룬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
젊은 독자들에 대해서는 불안한 사회 구조가 한몫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노력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데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성취보다는 꽉 찬 삶의 방식을 찾으려는 20, 30대 독자가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남 교보문고 상품지원단 구매팀 과장은 “죽음을 다루지만 의미 있는 인생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이들 책은 결국 삶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