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지하철-병원 동시파업 첫날
멈춰선 화물열차… 출정식 바라보는 환자 27일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전국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운행이 중단된 화물열차들이 경기 의왕시 의왕ICD(내륙컨테이너기지) 오봉역에 멈춰서 있다(위쪽 사진).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노조도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로비에서 열린 노조의 파업 출정식을 한 환자가 지켜보고 있다. 의왕=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뉴스1
○ 출퇴근길 ‘콩나물 지하철’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과 지하철노조가 연대파업에 돌입하면서 지하철에는 이른 아침부터 이용객이 몰렸다. 노조가 예고한 파업 시간은 오전 9시지만 혹시나 모를 교통대란을 걱정해서다. 이날 서울 지하철 1∼8호선 근무 대상자 7805명 중 2380명(30.5%)이 파업에 참가했다.
파업 여파가 가장 큰 곳은 화물 운송 부문이다. 이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오후 10시 기준으로 화물열차 운행 횟수가 평소의 50.6%에 그쳤다. 코레일은 이번 파업 기간에 평시 근무 인력(2만2494명)의 64.5%인 1만4510명(필수 유지 인력 8460명·대체 인력 6050명)을 투입한다는 방침이지만 화물열차는 필수 유지 업무에서 제외돼 피해가 컸다.
관련 업계에서는 코레일 화물 운송의 40%를 차지하는 시멘트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코레일 측은 파업에 앞서 12일 치의 시멘트 재고량을 미리 운송한 상태다. 시멘트 업계에서는 “3, 4일 후면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정부의 비상 수송 대책은 파업 2주 차까지 짜인 상태다. 그러나 파업이 그 이상으로 장기화하면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속철도(KTX)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운행됐지만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는 평소의 71.6% 수준의 운행률을 보였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업이 2주 이상 계속되면 대체 인력 피로도를 고려해 열차 운행을 축소해야 한다”며 “도로 수송이 어려운 위험품과 수출입이 급한 화물을 먼저 운송하고 있지만 향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병원 곳곳에 긴 대기 행렬
서울대병원 파업엔 간호사 의료기사 등 조합원 1700명 중 필수 유지 인력을 제외한 400여 명이 참여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평소 인력의 100%, 수술실과 일반 병동은 70% 이상을 유지해야 하고 의사는 노조 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진료와 수술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28일부터는 경희의료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등 보건의료노조 소속 51개 병원의 근로자 1만4000여 명이 추가로 파업을 시작한다.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콜센터(129)를 통해 파업에 따른 병원 운영 현황을 안내할 계획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 등도 파업을 시작했다. 이날 오후 1시 건보공단 영등포남부지사 민원실 입구에는 “노조 활동에 따른 최소 인원 근무. 업무 처리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민원 상담 부스 5개 중 1개는 비어 있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민원실에 간부 등 비노조원을 배치했지만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kubee08@donga.com·조건희·신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