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훈이는 엄마와 가까운 지역의 수학 체험전 및 로봇 페스티벌을 찾았습니다. 수학 체험전과 로봇 축제장에서 눈에 띄었던 것 중 하나가 튀어나오는 다양한 종이 모형과 접히는 로봇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여기에 종이접기 원리가 들어있다는 놀라운 말씀을 하십니다.
엄마: 날씨도 좋고 야외활동하기에 적합한 계절이구나. 게다가 여러 가지 문화 축제뿐만 아니라 수학 축전이 전국 곳곳에서 열려 엄마는 반갑단다.
상훈: 지난번 대한민국창의축전의 각종 부스에서도 접거나 끼워 맞추어 다양한 도형을 만드는 활동이 신기했는데, 이번 로봇 축제에 갔을 때 스스로 접혀 돌아다니는 로봇이 너무 신기했어요.
상훈: 정말요? 거기에 종이접기와 수학의 원리가 있다고요?
○ 종이접기, 놀이의 한계를 넘어서다
종이접기는 어린 시절부터 누구나 종이만 있으면 쉽게 즐기던 놀이의 일종이지요. 그런데 이 흔한 종이접기의 원리와 방법이 분자 구조를 연구하는 미생물학이나 로봇 및 우주선 설계 등의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 큰 실마리가 되어 왔습니다.
한 예로 미국항공우주국에서는 태양계 밖의 별들까지 관찰할 수 있는 거대한 망원경을 개발했습니다. 정작 망원경을 제작하고 나자 이 거대한 기구를 어떻게 우주까지 운반할 것인지가 큰 문제가 됐지요. 먼 거리의 별들을 관찰하기 위해 만들어진 망원경은 지름이 350m가 넘었는데, 미국항공우주국으로서는 지름 350m 이상의 망원경을 우주로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습니다. 이들은 결국 종이접기에서 영감을 얻어 접을 수 있는 경첩으로 연결된 72개의 조각으로 만들어진 대형 망원경을 종이 접듯 접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수학계에는 접기를 뜻하는 오리가미(Origami)에 수학을 붙여 ‘오리가미 수학’이라는 용어가 생겨나, 종이는 물론이고 금속 재료에서부터 세포막, 곤충의 날개까지 접히는 종이와 유사한 행태를 갖는 자연계의 대상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접기’라는 활동은 작도의 자와 컴퍼스 못지않은 제한적이면서도 다양한 성질을 유도해내는 흥미로운 도구입니다. 특히 평면인 종이(2D)를 접어서 펴는 활동을 통해 입체(3D)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연결시킬 수 있어, 이것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문제에서부터 여기서 보여지는 성질을 설명하는 일 등은 수학적으로 의미 있고 매력적인 일입니다.
우선 탐구의 주 도구이자 대상은 접기 패턴입니다. 접기 패턴은 접었던 종이를 펼쳤을 경우 나타나는 접기 자국을 말합니다. 접기 패턴은 [그림1]과 같이 두 가지 접기 모양을 지니고 있습니다. 실선과 점으로 표현된 것은 ‘산 접기’라고 하고 점선으로만 표현되는 것을 ‘골 접기’라고 합니다.
[그림1]산 접기와 골 접기
[그림2] 종이접기의 성질
종이접기를 통해 좀 더 섬세한 작업을 위해서는 [그림 2]의 왼쪽 그림에서처럼 종이가 길고 가늘어질 때까지 반으로 접고, 접고 또 접는 겁니다. 이렇게 다 접어진 모양은 다양한 접기에서 각각 다리, 팔 등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접기 패턴에는 특징이 있는데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 부분은 원 모양이라는 것이지요. [그림 3]은 학 접기의 접기 패턴입니다. 학의 각 뾰족한 날개와 꼬리 등의 부분을 접은 접기 자국은 각 모서리와 내부에 나타나며, 각 모서리에 4분의 1 원, 종이 내부에는 완전한 원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3]학 접기 패턴 안의 원 배열
얼마 전 국내 연구진이 개발해 세계 소프트로봇 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로봇의 바퀴[그림4]는 최대 2.5배까지 크기가 커집니다. 바람을 넣고 빼는 과정 없이 간단하게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그래서 모래, 언덕, 계단 등을 자유롭게 안정적으로 오르고 내릴 수 있습니다. 이 바퀴 역시 종이접기 중에서 ‘매직볼 패턴’을 이용해 제작한 것입니다.
[그림4]
박지현 반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