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우면동의 삼성 R&D캠퍼스. 삼성전자의 R&D 분야 핵심 인력이 배치된 곳이다.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안영배 전문기자
9월 들어 두 가지 상징적 사건이 발생했다. 경북 경주에서 잇따라 지진이 발생하고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배터리가 폭발한 것이다. 먼저 경주 지진은 그간 안전하다고 생각해온 땅에 대한 믿음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과거 한반도에서도 지진은 여러 차례 발생했다. 그러나 리히터 규모 5.8의 공포를 온 국민이 동시에 체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북한마저 이달 9일 5차 핵실험으로 규모 5.0의 인공 지진을 발생시켰다.
남북한 양쪽에서 거의 동시에 발생한 지진은 물적 토대가 무너지거나 흔들림을 의미하는 전조(前兆)다. 즉, 한반도에서 그간 쌓아온 정치·경제적 기반 등이 내년에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토대가 튼튼한지 점검해 보라는 자연의 경고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간 삼성그룹의 사옥 터는 풍수인들에게 화젯거리였다. 서울 중구 태평로의 삼성 본관과 삼성생명 사옥, 을지로의 삼성화재 사옥, 서소문로의 호암아트홀, 강남의 서초 사옥 등은 돈으로 값을 매기기 어려울 정도로 빼어난 명당이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서초동 사옥. 강남의 부(富)가 집중되는 대표적인 재물 명당이다. 스마트폰 분야 라이벌인 애플 본사의 명당 터와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곳이다. 실제로 2008년 서초 사옥에 입주한 삼성전자는 이듬해인 2009년부터 ‘대박’ 기록을 이어갔다. 그러다 삼성전자 본사 인력이 경기 수원의 디지털시티로 이사를 갔고, 대신 삼성의 금융 계열사들이 서초 사옥에 둥지를 틀었다.
삼성의 명당 사옥은 이병철 창업주가 풍수적 안목을 가지고, 그룹 차원에서 풍수 이론을 경영에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명당 사옥에서 발생하는 생기(生氣)는 사원들을 건강하게 만들고, 근로 의욕과 창의력을 고양시킨다. 그룹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삼성의 사옥 구도에서 풍수론이 후선으로 밀려난 듯하다. 필자는 배터리 사고 직후 삼성전자의 핵심 연구개발(R&D) 인력이 새로 입주한 두 곳(수원 디지털시티 모바일연구소, 서울 서초구 우면동 R&D캠퍼스)과 배터리 제작사인 삼성SDI 본사(경기 용인시 기흥)를 살펴봤다. 2010년 이후에 완공된 이 건물들은 풍수적 고려보다는 경제·환경적 입지를 중시해서 설계한 듯했다. 세 곳 모두 외형상 명당의 격(格)을 갖춘 터였지만 군데군데 풍수적 흠결이 눈에 띄었다. 과거 삼성이 보여준 온전한 터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차이가 배터리 사고로 나타났다는 게 나의 풍수적 해석이다. 비보(裨補)로 허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을 규모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터에서 발생하는 특정한 사건이나 돌발적인 일은 미래에 일어날 일의 전조일 경우가 많다. 필자는 지난해부터 잠실 롯데월드몰 아쿠아리움의 상징인 흰돌고래(벨루가)가 수맥파와 전자파에 치명적으로 노출돼 건강이 염려되고, 롯데의 미래 또한 평탄치 않을 것이라고 주변 지인들에게 여러 차례 말해왔다. 롯데 경영진에게도 알려져 대비하라는 뜻에서였다. 그러다 올해 4월 벨루가 3마리 중 1마리가 폐사했다. 5월부터는 롯데그룹이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는 등 지금까지 수난을 겪고 있다.
안영배 전문기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