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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D/Topic]화끈하게 돌아온 여장남자들

입력 | 2016-09-28 10:30:00

뮤지컬 ‘킹키부츠’



사진제공 CJ E&M


폐업 위기에 처한 아버지의 구두 공장을 물려받게 된 남자, 길에서 우연히 만난 여장남자와 힘을 합쳐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는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사·작곡해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큰 화제룰 모은 뮤지컬 ‘킹키부츠’의 큰 줄거리다. 화려함과 흥겨움 넘치는 이 작품이 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2005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가 원작으로, 영화는 1999년 제작한 BBC 다큐멘터리를 토대로 만들었다. 다큐멘터리는 1980년대 영국 수제화 공장들이 경영 악화로 연이어 폐업하던 중 고정관념을 깨고 드랙퀸을 위한 구두를 만들어 유일하게 살아남은 W.J 브룩스 공장의 성공 스토리를 다뤘다. 뻔한 성공 스토리를 제작진은 어떻게 뻔하지 않은 공연으로 구현했을까.

결혼 준비에 한창이던 찰리가 아버지의 부고로 갑작스럽게 물려받게 된 구두 공장은 3대째 남성 신사화를 만들어오던 곳이다. 디자인이나 유행에는 신경을 쓰지 않다 보니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재고가 쌓여 가던 상태였다. 뒤늦게 상황을 안 찰리. 공장을 살리기 위해 고심하던 찰리는 아름다운 여장 남자 롤라의 구두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리고 결심한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니아층을 위한 구두를 만들기로. 이렇게 탄생하는 게 바로 킹키부츠다.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미국 토니상과 영국 로런스 올리비에 어워즈 수상 외에 국내에서도 더뮤지컬어워즈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강점은 신나는 넘버. 신디 로퍼의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넘버들은 관객의 흥을 한껏 돋운다. 여성 댄서 못지않게 화려한 패션을 자랑하는 엔젤들은 이번 시즌에도 파워풀한 춤사위로 자신만의 매력을 뽐낸다.

이 작품에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주도하는 건 롤라 역 배우의 역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높은 굽에 화려한 무대 의상을 입은 여성적인 롤라부터 전직 복싱 선수였던 강인한 남성 사이먼을 오가며 극을 쥐락펴락 해야 하기 때문. 이번 시즌에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 ‘맨 오브 라만차’ ‘영웅’ 등으로 정상에 우뚝 선 배우 정성화와 ‘킹키부츠’ 초연으로 더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을 받은 강홍석이 롤라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맛깔스러운 대사 처리와 풍부한 가창력으로 세상의 편견에 능청스럽고 용감하게 맞서는 롤라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평을 받는다.

핫 하고 섹시한 80cm 하이힐 부츠 킹키부츠를 밀라노 패션쇼에서 선보이려는 이들의 노력은 과연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물론 과정은 쉽지 않다. 사람 사는 사회가 그렇듯 찰떡같은 협업은 이상 속에서만 가능할뿐더러 무엇 하나 내 생각처럼 돌아가는 법이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작품의 뼈대는 성공 실화이기에 우리 모두가 이 작품이 해피엔딩이 될 것임을 안다. 작위적이지 않은 해피엔딩이라 더 좋다. “나는 너보다 더 행복하다”는 비교식, 주입식 행복을 설파하는 게 아니라 “이런 나여도, 있는 그대로라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작품이다.

11월 13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