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전통시장]<2>원주 자유시장
23일 강원 원주시 자유시장 지하 1층에 마련된 식당 코너를 찾은 손님들이 밝아진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원주=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오늘은 뭘 먹을까.”
사람들의 얼굴에 즐거운 고민이 묻어났다.
○ 강원도 최초 ‘백화점형’ 시장
자유시장이 처음부터 이런 모습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니다. 60년 전 인근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던 물자를 내다팔던 상인들이 자연스레 모여 중앙동 상권을 이룬 게 시초다. 자유시장의 시계탑은 하루 3만 명이 오가는 중앙동의 ‘만남의 광장’이다.
하지만 시대 변화 속에서 시장도 침체를 피하지 못했다. ‘신도심’이라 불리는 원주 혁신도시가 들어서며 자유시장 일대는 ‘구도심’으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4개에 달했던 중앙동 영화관이 모두 문을 닫고 사람들이 떠나면서 자유시장도 변화를 모색해야 했다. 시장 3개 층 중 특히 1층 잡화매장과 2층 패션매장에는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
○ ‘원주 최고의 맛집’은 자유시장에 다 모였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판단한 자유시장 상인들은 지난해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진행하는 ‘골목형 시장’에 시장 재도약의 기회를 맡겼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는 만날 수 없는 ‘고향칼국수’의 쫄깃한 면발과 ‘몽실통통’의 돈가스, ‘엄지스낵’의 치떡돈(치즈, 떡볶이, 돈가스)처럼 자유시장 먹자골목에만 있는 맛집들은 자유시장 재도약의 큰 힘이 됐다.
우선 자유시장만의 전용 캐릭터와 로고를 만들고 중구난방이었던 간판 규격을 통일했다. 수명이 다한 형광등 때문에 어두침침했던 분위기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해결했다. 먹자골목의 음식점은 물론이고 모든 점포가 흔쾌히 동참했다. 1, 2층 공산품 매장을 잇는 계단에는 디자인을 새로 입히고 음향 센서를 달아 밟으면 소리가 나는 ‘피아노 계단’으로 만들어 재미를 더하고 얼룩졌던 벽에는 새로 벽화를 그려 ‘오고 싶은 시장’으로 만들고자 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깨끗한 환경이 갖춰지며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입소문을 듣고 자유시장에 모여들었다. 먹자골목은 점포별로 최대 50%까지 손님이 늘어 1, 2층 공산품 매장으로 손님이 이어지는 낙수효과를 이뤘다.
30년간 지혜수예점을 운영해온 이경숙 씨(63·여)는 “바뀐 환경에 손님들이 만족해하는 게 느껴진다. 아이를 데리고 와서 외식 후 쇼핑하는 손님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더 크게 도전해 ‘성공시대’ 이루고 싶어”
자유시장은 새로운 꿈을 꾼다. 지금처럼 받는 사랑을 앞으로도 이어가는 것이다. 박 회장은 “강원도는 물론이고 수도권의 전통시장에서도 자유시장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다”며 “자유시장에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2018년은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수도권과 강원도의 중간지대에 있는 지리적 이점을 살릴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중앙동 상권의 핵심 역할을 했던 원주역이 중앙선 복선화 개통으로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인들은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30년 전 아버지가 창업한 ‘둥글래 아동복’을 이어받아 12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남준 씨(44)는 “원주가 수도권과 강원도의 경계에 있다 보니 입소문, 인터넷 검색을 통해 시장을 찾는 외지인 손님이 늘었다. 계속 시장을 가꾸고 환경을 개선해 백화점 형태, 먹자골목 등 다른 시장에는 없는 장점을 적극 활용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원주=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