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만. 스포츠동아DB
그는 최고의 선수였습니다. 213cm라는 키를 무기로 상대선수를 번쩍 들어올려 모래판에 꽂았습니다. 그와 샅바를 쥐면 ‘골리앗과 다윗’이었습니다. 2003년엔 천하장사까지 거머쥐며 한국 최고의 씨름선수로 등극했죠. ‘씨름판 파동’ 이후엔 이종격투기로 전향해 또 한번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입식타격인 K-1 월드그랑프리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제2의 전성기였죠. 그리고 K-1의 몰락과 함께 우리 곁에서 사라졌습니다. 2005∼2007년의 일이었습니다.
그가 다시 격투기 무대에 본격 모습을 드러낸 건 2015년 로드FC대회였습니다. 1억원으로 알려진 몸값도 그렇지만 과연 그가 전성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가 화제였습니다. 막상 케이지 위의 그는 ‘과거의 그’와는 거리가 있었죠. 그리고 지난 24일 마이티 모와의 무제한급 챔프전에서 1라운드 4분6초 만에 KO패 당했습니다. 주먹 한 방 제대로 날려보지도 못하고 고목나무 쓰러지듯 허무하게 쓰러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최홍만 이야기입니다. ‘이젠 은퇴해야할 때’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의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최홍만만이 갖는 하드웨어와 흥행성 때문입니다. 이번 마이티 모와의 경기에서 핵주먹으로 10여 차례나 맞고도 좀처럼 쓰러지지 않았던 것은 대단한 맷집입니다. 무제한급의 웬만한 선수 같으면 주먹 한두 방에 나가떨어지는 게 정상이죠. 하드웨어가 그만큼 좋다는 얘기죠. 또 ‘거인’이라는 신체조건은 최고의 흥행상표입니다. 실제 중국에서 경기를 열 때면 최홍만의 인기는 상상 이상입니다. 그가 가는 곳마다 구름 같은 군중들이 따라다닙니다. 프로로선 최고의 ‘상품’이죠.
안타깝습니다. 최홍만이 그만의 ‘알’을 깨고 다시 시작한다면 제3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가 비상하는 날은 올까요?
연제호 편집국장 s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