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미스 돼지’라고 모욕 당해 “트럼프 또 바보같은 발언 쏟아내… 내이름 언급해준 클린턴 지지” 트럼프 “살찐 그녀는 최악” 반격
“이번 선거는 내게 악몽과 같다. 트럼프가 여성 혐오로 가득한 바보 같은 발언을 쏟아내는 걸 또 보게 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약 20년 전 ‘미스 돼지(Miss Piggy)’로 부른 베네수엘라 출신 미스유니버스 알리시아 마차도(40)가 27일 입을 열었다. 26일 1차 TV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트럼프의 여성 혐오 전력을 거론하며 마차도의 사례를 꺼냈고 하루 만에 클린턴 측의 주선으로 전화 기자회견이 마련됐다. 스페인어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마차도는 “트럼프는 자신이 모욕한 열여덟 살 먹은 여자아이를 기억할지 모르지만 난 언제나 그를 기억한다. 트럼프는 나를 쓰레기 취급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둘의 악연은 마차도가 미스유니버스 선발대회에서 우승한 1996년 트럼프가 대회 운영사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는 대회에서 우승한 뒤 마차도의 몸무게가 늘자 ‘밥 먹는 기계(eating machine)’라고 모욕했고 사진기자를 대거 불러 모아 놓고 헬스장에서 공개적으로 운동을 하게 하는 망신을 줬다. 마차도는 27일 CNN ‘앤더슨 쿠퍼의 360°’에 출연해 당시를 회상하며 “10대 여성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순간이었다. 그는 내 자존감을 말살하려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1차 TV토론에서 클린턴이 자신의 마차도에 대한 발언 전력을 하나하나 거론하자 “어디서 알아낸 것이냐”라고 반복적으로 물으며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27일 오전 폭스뉴스 방송에 출연해 “(마차도는) 역대 (미스유니버스 중) 최악이었다. 살이 많이 쪘고 태도 문제도 있었다”고 마차도를 또다시 깎아내렸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