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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김덕례]가계부채, 세련된 방식으로 관리하길

입력 | 2016-09-29 03:00:00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올 2분기 기준으로 전체 가계신용은 1257조2000억 원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의 주원인을 집단대출, 특히 중도금대출로 보고 규제 강화를 주장한다. 직접적인 중도금대출 규제는 주택사업자뿐만 아니라 주택을 분양받으려고 하는 소비자에게도 위험하다. 단기적으로 집단대출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업이 지연되고 조달금리가 인상되면서 추가적인 금융비용 발생으로 부담이 늘어난다. 이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1금융권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고금리의 불안정한 2금융권의 자금을 활용하게 된다. 결국 중도금대출의 질이 더 나빠진다.

 중도금대출은 선분양의 주택공급 시스템과 연계되어 작동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자금조달 체계이다. 주택공급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은 채 중도금대출 규제만을 주장할 수 없는 이유다. 중도금대출을 규제하면 주택공급시장 참여자의 예상하지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오히려 주택공급을 시작하는 택지 매입과 인허가 단계에서 주택물량을 조절하면 자연스럽게 중도금대출 규모도 조절된다. 1, 2년의 시차가 필요하지만 주택공급 시스템을 왜곡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원하는 중도금대출 감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올 8월 25일 가계부채 관리방안도 이러한 메커니즘 속에서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시장은 주택공급 감소로 인한 향후 주택가격 상승으로 오해하고 있다. 작금의 주택시장은 주택공급 과잉 현실화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주택공급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주택공급량이 단기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관리도 좀 더 세련화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 구조를 면밀히 살펴보고 위험성이 높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단순히 부채 증가 속도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연체율과 같은 질적 지표도 함께 살펴서 관리 대상을 신중히 선정해야 한다.

 올 2분기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24%, 그 외 대출은 0.48%이다. 특히 집단대출은 121조 원으로 전체 가계부채의 9.7%에 불과하다. 규모나 연체율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이나 집단대출이 기타 대출이나 판매신용보다 건전하다.

 그런데 왜 항상 가계부채 관리의 주 논의 대상이 국민의 주택과 연계되어 있는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일까. 모순이다. 주택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늘 예민하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 리스크가 전부 주택담보대출 리스크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