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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대디 김구라~ 처음 밝히는 이혼 후 1년

입력 | 2016-09-29 15:09:00


김구라가 〈여성동아〉와 이혼 후 첫 인터뷰를 했다. 여전히 ‘완전초보’ 싱글 대디인 그는 아직도 빚을 갚고 있었고 자기 전엔 공황장애 치료제를 삼킨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표정이 밝았다.


마감이 임박한 9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호암아트홀에서 방송인 김구라(46·본명 김현동)를 만났다. jtbc 시사토크 프로그램 〈썰전〉 녹화를 앞둔 그에겐 시간이 많지 않았다. 지상파 방송은 물론 케이블 채널과 종합편성채널까지 넘나드는 그가 스케줄을 쪼개 어렵게 마련한 자리였다. 〈여성동아〉와 이혼 후 처음 인터뷰를 가진 그는 얘기를 나눌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어보려고 허겁지겁 의상을 갈아입고 메이크업을 마쳤다.

그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자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미간에 깊이 팬 세로 주름에 눈길이 갔다. “태어날 때부터 인상을 쓰고 있었던 건 아니지요?”라고 농담처럼 묻자 그가 겸연쩍은 듯 미소를 지었다.

“어릴 때는 귀엽다는 소리도 곧잘 들었어요(웃음). 20대 후반에 일이 잘 안 풀려서 한동안 거칠게 살았고, 또 성향 자체가 현실을 낙천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좋게 말하면 보수적인 거고, 나쁘게 말하면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인상이 이렇게 바뀐 것 같아요.”

1993년 SBS 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한동안 무명으로 지내다 2000년대 초 예명 ‘김구라’로 인터넷방송을 진행하며 방송인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상파에 다시 입성했다. 방송에서 처음 보는 ‘독설’과 ‘막말’로 비호감 이미지를 얻었지만 그것을 자신의 독보적인 캐릭터로 구축하며 섭외 1순위 방송인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가정사가 편치 않아 마음고생이 끊이지 않았다. 2014년 12월에는 공황장애로 방송을 그만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당시 아내로 인해 17억원의 빚을 떠안게 된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가정을 지키려 노력했지만, 결국 그는 지난해 8월 25일 합의이혼으로 18년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해 8월 말 이혼 소식을 공식 발표하며 그는 “동현 엄마의 채무는 끝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그의 독설을 싫어하던 많은 시청자들이 ‘호감’으로 돌아선, 방송인으로서 김구라의 또 다른 ‘터닝 포인트’였다.

이후 그는 힙합 가수 ‘MC 그리’로 활동 중인 아들 동현이(18)와 단둘이 김포에서 지낸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새로운 삶에 적응 중인 이들 부자의 생활은 7월 6일부터 채널A 리얼 예능프로그램 〈아빠본색〉을 통해 방영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 동현이는 잘 지내나요.

결혼생활 18년 동안 동현이에 관한 일은 애 엄마한테 거의 다 맡겼는데 애 엄마는 교육관이 저와 좀 달랐어요. 저는 아이가 밤 12시에 촬영이 끝나도 다음날 아침 학교에 제시간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동현이 엄마는 아이가 힘드니까 좀 늦게 보내도 된다는 주의였죠. 더구나 아이가 동현이뿐이니까 마냥 풀어주고 뭐든 대신 다 해주는 타입이었어요. 그런 엄마가 없으니까 동현이 방이 정리가 안 돼 있을 때가 많아요. 중학교 때까지 손톱도 엄마가 깎아줘서인지 손톱이 어마무시하게 길었는데도 동현이가 스스로 깎을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스스로 하는 습관이 배지 않아서 새삼 잔소리를 한다고 금방 개선되진 않더군요.

▼ 개성 강한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법이 궁금해요.

다 컸으니 웬만하면 잔소리를 안 해요. 여자친구도 만나게 둬요. 대신 “네가 하는 음악 일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고 했죠. 동현이도 새벽까지 일을 하게 되면 미리 전화해서 걱정하지 않게 하고요. 사실 동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도 마땅히 풀 데가 없었는데 여자친구가 긍정적 에너지로 도움을 많이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잘됐다”고 했어요.

▼ 집안일은 어떻게 하나요.

제가 정리정돈은 좀 하는데, 음식 같은 건 할 엄두도 못 내요. 도우미 아주머니가 일주일에 두 번 오시는데, 여름철에는 냄새나는 빨래를 아주머니가 오실 때까지 그냥 둘 수가 없는 거예요. 그때는 제가 세탁기를 돌리죠. 밥도 동현이가 집에서 거의 먹지 않으니까 즉석 밥을 사다놓고 필요할 때만 데워 먹어요. 밥을 해놔도 오래돼서 버리는 일이 다반사예요. 반찬도 버리는 일이 많아서 웬만하면 조금씩 사다 먹어요.

▼ 〈집밥 백선생〉에서 요리 좀 배우지 않으셨어요.


그 당시에는 도움이 됐는데 계속 써먹게 되진 않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니까 요리하는 법을 다 까먹었고요. 사실 요리할 시간이 없어요.

▼ 출연 프로그램 수와 시청률로 보면 대한민국 상위 1% 방송인이죠.

원래 일을 좀 많이 했었는데, 지난해 1월부터 파일럿으로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다 잘 됐어요. 〈복면가왕〉과 〈호박씨〉, 〈마이 리틀 텔레비전〉 모두 1년 반 넘게 하고 있거든요. 거기에 기존에 하던 〈라디오스타〉와 〈썰전〉이 있고, 〈헌집새집〉이라는 프로그램도 한지 1년 가까이 되다 보니 고정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8~9개예요. 쉬는 날이 거의 없어서 저녁에 조금 일찍 들어가면 멍하니 있다가 자요. 아침 되면 동현이 깨워서 학교 보내고요. 주변에서는 일 많은 게 행복한 거래요. 저도 알지만 사람이다 보니 마냥 좋을 수만은 없어요. 2013년 집안일이 터져 2년간 너무나도 바쁘게 살았고, 그 여진이 지금도 좀 남아 있어서 정신적으로 많이 피로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하루 7시간은 자요. 일주일에 한두 번 체력 관리를 위해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한 달에 사나흘은 골프도 치죠. 지난 2년 반 동안 술도 안 마셨고요. 원래 일이 있으면 술을 안 마셔요. 2014년 공황장애 초기 증세가 나타나 약을 먹으면서 술과 커피를 끊었는데 커피는 워낙 좋아해서 지금은 하루 한잔 정도 마셔요.

▼ 공황장애인지 어떻게 알았나요.

어머니를 닮아서 건강 염려증 같은 게 있어요. 저희 어머니가 조금만 이상 증세가 보이면 병원에 가시거든요. 2014년 4월쯤 그때도 일을 무리하게 많이 할 때였는데, 시간이 좀 나서 골프를 치려고 홍콩으로 날아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평소 느껴보지 않은 우울감이 확 밀려오더군요. 처음엔 기압 때문인 줄 알았어요. 이후에도 극도로 기분이 다운되는 우울감이 주기적으로 반복됐어요. 병원에 갔더니 우울증에 공황장애 초기라는 거예요. 그때부터 대학병원에 가서 약 처방을 받아 지금까지 먹고 있어요. 상태가 많이 호전돼서 약을 끊어도 되는 상황인데 병원에서 예방 차원에서 계속 먹으라고 해서 자기 전 한 알 정도 먹어요. 저와 비슷한 증상이 있다는 동료들에게 소개도 많이 했고요. 그중 한 명이 가수 이상민 씨예요. 상민이가 방송에서도 제 소개로 공황장애 약을 먹고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상민이도 빚이 있으니까 매일 술 마시다가 지금은 끊은 지 2년 넘었어요. 병원에 다니면서 열심히 치료하고 있죠.

어릴 때부터 죽이 척척 맞았던 김구라와 아들 동현이의 변천사.


▼ 아들과 함께 즐기는 취미가 있나요.


가끔 영화를 같이 봐요. 마사지도 같이 받으러 다니고요.

▼ 〈아빠본색〉을 보니 동현이가 통장을 새로 만들었던데, 자립심이 좀 생겼나요.

돈에 대한 개념은 좀 생겼죠. 피처링 저작권료가 몇 만 원씩 들어오니까 그거 빼서 쓰는 게 아빠에게 용돈 받는 것보다 더 기분이 좋대요. 원래 사치를 하는 아이가 아니어서 흥청망청 쓰지는 않아요.

▼ 방송계 선배로서 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나요.

사회 생활을 먼저 한 사람으로서 원론적인 얘기를 해요. 예를 들어 〈아빠본색〉에서 사생활이 노출되니까 동현이가 종종 짜증을 내요. 그러면 제가 “스스로 필요해 출연을 결정했고, 그 대가로 출연료를 받고 있으니 이왕 하기로 한 거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하죠.

▼ 방송에서 ‘독설’을 하는 것은 ‘설정’인가요.

편한 사람들과 있을 때 따뜻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고, 툴툴대는 타입이 있는데 저는 후자예요. 누가 이혼했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사이도 안 좋은데 뭐 하러 사니? 잘했어!” 그런 식으로 조언하거든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친절해서 웃길 확률보다 불친절했을 때 재미있을 확률이 높으니, 제가 요즘 방송에서 추구하는 포맷에 맞게 조금은 과장되게 말한 것일 수도 있고, 평소 하던 대로 나온 것일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방송에 비치는 모습이 온전히 저인 것도 아니에요.

▼ 말투는 까칠해도 간혹 어려운 처지의 동료를 일부러 언급하며 챙기는 모습을 보면 인간미가 느껴진다는 반응도 있어요.

그런 걸로 인간미 있다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아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건 인지상정이잖아요. 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나쁜 사람이면 방송할 수 있겠어요. 하하.

▼ 시사 토크부터 음악예능, 요리 프로그램 등을 두루 섭렵하며 경계를 두지 않고 방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방면으로 박식한 비결이 뭔가요.


남들이 다 하는 SNS를 안 하는 대신 평소 남는 시간에 활자를 많이 봐요. 독서는 못 해도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많이 읽죠. 특히 〈썰전〉 녹화 날에는 다른 스케줄을 잡지 않고 방송 자료를 3시간 정도 정독해요. 〈라디오스타〉 같은 프로그램을 녹화할 때는 20분 정도 자료를 보는데, 〈썰전〉은 시사 전문가들과 함께 하니까 3시간 정도는 읽어봐야 상대가 하는 얘기를 이해하며 대화를 끌고 갈 수 있죠. 원래 스포츠, 음악, 정치, 사회, 경제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기사를 다독하는 습관이 몸에 붙었는데 그런 게 쌓이니까 방송할 때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 즐겨 보는 칼럼이 있나요.

메이저리그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 전문 기자 김형준 씨가 쓴 메이저리그 칼럼을 자주 읽어요. 골프도 좋아해서 관련 기사를 즐겨 보고요. 교수님들이 쓴 칼럼도 자주 찾아봐요.

▼ 본인 기사에 달리는 댓글도 읽나요.


안 봐요. 보면 기분이 나쁜데 굳이 볼 필요가 있나요.


▼ 지난 연말 방송인으로서 최고의 영예인 연예대상까지 받았는데 앞으로의 목표는 뭔가요.

요즘 세상이 뒤숭숭하고 방송 환경도 부침이 심해서 항상 긴장하며 살아요. 정해진 룰 안에서만 살면 별 문제가 없지만 저만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예를 들어 엄마가 잘못을 해도 본인이 욕을 먹잖아요. 제가 대중적으로 호감도가 높은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에 나름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방송하는 게 목표예요.

▼ 이혼 발표 당시 ‘전 부인의 부채를 마무리 짓겠다’고 해 호감도가 급상승했어요.


저 같은 상황에 놓이면 10명 중 7~8명은 저처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열심히 일하면 감당할 수 있겠다 싶으니까 그런 선택을 했던 거고요. 애 엄마의 부채가 처음부터 17억 원이었던 게 아니에요. 처음엔 10억 원인 줄 알았는데 늘고 늘어서 17억 원이 된 거예요. 열심히 일해서 갚아나가는데 제게 말하지 않은 새로운 빚이 계속 드러나니까 제 분노가 상승하고, 제가 화가 나서 왜 말을 안 했냐고 물으면 애 엄마는 미안해서 말을 못했다고 하고. 그런 과정이 2년 동안 반복되니 제게 공황장애가 온 거예요. 사실 본의 아니게 따뜻한 이미지를 얻어 민망해요. 그 때문에 반찬을 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고맙지만 신세지는 게 편치 않아요. 남한테 받는 것도, 퍼주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인정머리가 영 없는 것도, 아주 너그러운 성격도 아니에요. 주변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돌려 말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솔직한 게 편한데, (이혼과 관련해) 다 털어놓을 수 없는 건 여러 사람의 이해 관계가 얽혀있어서예요.

▼ 그동안 방송에서 종종 가정사를 소재로 ‘셀프디스’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모르는 빚들이 있는데 저희 부부 관계가 정상적으로 보이면 애 엄마가 계속 저한테 얘기를 안 하고 그걸 메우려고 어디 가서 돈을 빌리는 일이 반복되니까요.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지만 차선의 선택이었어요. 제가 당장 일을 그만두고 애 엄마가 모든 걸 털어놓을 때까지 밖으로 못 나가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니까요. 근데 갈수록 높은 이자를 주는 불리한 조건으로 돈을 빌리니까 빚이 점점 불어나 궁여지책으로 방송에서 희화화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작년에 이혼하고 나서도 희화화한 것은 심정적으로 불안 불안한 이유도 있었지만 이혼했다고 마냥 쭈그리고 있는 것도 못할 노릇이더라고요. 다들 저를 만나면 빚 갚았느냐부터 물어보는데 제가 직접 빚을 진 거라면 속 시원히 이야기하겠지만 저도 빚이 다 얼마인지 몰라요. 이혼할 때쯤 애 엄마에게 물어보니까 17억 원 정도의 빚을 갚아주면 된다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이후엔 관심을 끊었어요. 더 알아봤자 제 머리만 아프고 애 엄마는 바뀌지 않으니까요.

▼ 전 부인과는 연락하고 지내나요.

동현이 통해서 지난 7월까지 가끔 연락했는데 이후로는 뚝 끊었어요. 저한테 자꾸 부담을 주고 언성이 높아지는 일이 생겨서 서로에게 도움이 안되더라고요. “동현이가 다 크고 당신도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그때 보자. 지금은 아닌 것 같다”고 했더니 애 엄마도 그걸 원했어요.

▼ 동현이가 12월부터 엄마와 살게 된다면서요.


원래 제 계획은 그랬어요. 그런데 애 엄마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돼서 동현이는 저와 대학교 입학할 때쯤인 내년 3~4월까지 같이 살다가 이후에 독립하기로 했어요. 음악 작업을 해야 하니까 서울에 방을 하나 얻어주려고요. 이제 동현이도 경제적 능력이 좀 되니까 자립해서 살기로 했어요. 동현이는 원래 대학 진학에 뜻이 없었어요. 학교 생활을 성실히 한 것도 아니고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니까 마음대로 하라고 했죠. 그런데 지난 5월 〈열아홉〉이라는 곡이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으니까 다시 대학에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연극영화과 수시모집에 지원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 아들도 독립하면 그야말로 혼자 지내야 하잖아요.

익숙해져서 괜찮아요.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동현이가 음악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니까 저 혼자 집에 있을 때가 많아요.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고요(웃음). 혼자서 잘 지내요.





사진 조영철 기자
사진제공 스포츠동아 채널A
디자인 최정미

editor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