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5.3% 급등
이번 국제유가 반등을 계기로 글로벌 경제 회복을 방해한 저유가 쇼크가 진정 국면에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다만 최종 감산 합의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아 국제유가 추가 상승을 섣불리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 OPEC, 8년 만에 감산 합의
그간 OPEC이 감산 합의를 쉽게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감산을 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제 제재에서 벗어난 이란과 내전을 겪고 있는 리비아 등 증산을 요구하는 국가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비잔 남다르 장게네 이란 석유장관은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인 결정이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직접 (생산량을) 논의하고 시장을 관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OPEC의 결정에 세계 주요 증시는 강세를 보였다. 이날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0.6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53% 올랐다. 한국 코스피도 국제유가 강세 영향에 전날보다 0.76% 오르며 연중 최고 수준인 2,068.72로 마감했다.
그럼에도 아직은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이 많다. OPEC 국가 간 협의가 남아 있고, OPEC 비회원국 중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 등이 감산에 동참해야 실질적인 감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OPEC의 감산량만큼 러시아의 증산, 미국의 셰일오일 등의 시추 확대가 진행될 것”이라며 올해 말 유가 전망을 배럴당 43달러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 “저유가 쇼크 재발 우려 감소”
유가 급등 소식에 국내 기업들은 “당장 큰 영향은 없다”면서도 유가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항공, 해운, 자동차 업종 등이 유가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가 14개월 동안 0원일 정도로 유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당분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장기적인 추세의 유가 움직임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면 당장 운송비에 부담이 되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운임을 올릴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수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자동차업계도 유가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유가가 다시 오르면 친환경차 시장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면 자동차 판매에는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유가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친환경차 수요가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gun@donga.com·박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