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11월선거-안보불안’ 의식… 오바마 임기중 처음 거부권 ‘거부’ 오바마 “의회 실수… 미군 위험” 반발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미 상원과 하원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97 대 1, 348 대 77이라는 압도적인 표 차로 법안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을 기각했다. 공식 명칭이 ‘테러 행위의 지원국들에 맞서는 정의’인 이 법에 따라 테러 피해자 가족들이 테러 관련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게 됐다.
민주당 의원들도 가세해 의회가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을 ‘거부’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확산되는 미국인들의 안보 불안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이슬람국가(IS) 창궐은 물론 최근 발생한 뉴욕, 뉴저지에서의 연쇄 테러로 과격 이슬람 테러 세력에 대한 미국인들의 감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1월 대선에서는 상·하원 선거도 동시에 치러지는 만큼 공화당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도 테러에 민감한 표심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백악관은 그동안 중동의 핵심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악화는 물론 파병 중인 미군이 이 법으로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고 주장해 왔다. 스티븐 블라덱 텍사스대 로스쿨 교수는 이날 외교협회(CFR) 인터뷰에서 “미군이 무장시킨 시리아 내 반군이 정부군을 상대로 테러를 자행했다면, 시리아 정부는 이 법을 근거로 (테러의 배후인) 미군과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두테르테 “美와 연합군사훈련 중단” ▼
베트남방문중 反美노선 수위 높여… 美의 남중국해 中견제 전략에 찬물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교민간담회에서 “다음 달 미국은 다시 필리핀과 연합 군사훈련을 계획 중이나 중국이 원치 않는다”며 “따라서 이것이 필리핀과 미국 간 최후의 군사훈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언급한 훈련은 10월 4∼12일 필리핀 산안토니오 지역의 두 개 섬에서 열리는 미 필리핀 연례 연합 상륙훈련(PHIBLEX)을 말한다. 이 훈련에는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등 미군 1400여 명과 필리핀군 500여 명이 참가해 연합 상륙 훈련과 실탄 포격, 구조 훈련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26일 대통령궁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동맹을 끊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러시아와 동맹을 맺을 수도 있다”며 “미국과 나 사이에 놓인 루비콘 강을 건너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다음 달 중국 방문에 이어 연내 러시아도 방문해 경제협력과 안보 이슈를 논의할 계획이다.
그는 9월 초 라오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 참가하기 직전 자신의 마약 소탕전에 인권 문제를 제기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개××’라는 욕설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임기 말인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돈키호테 같은 두테르테 대통령 때문에 짐을 하나 더 안게 된 셈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