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국회의장 막장 충돌] 與 “이름 박힌 시계선물 선거법 위반… 딸 만나려 샌프란시스코 일정 추가” 정세균 측 “공식일정… 딸이 찾아와 만나” 해임안 표결때 “우리 송영길 최고 잘해” 與 ‘야당 편향 정세균 발언 2탄’ 공개도
與, 의장공관 앞 밤샘 농성… 정세균 의장은 부재중 새누리당 의원들이 29일 오전에 이어 저녁에 다시 서울 용산구 국회의장 공관을 항의 방문해 정세균 의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정 의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밤샘 농성을 이어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국회의장 ‘일탈’ 의혹 제기한 새누리당
이날 의원총회에서 포문은 김진태 의원이 먼저 열었다. 24일 새벽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당시 정 의장이 “우리 송 최고 잘하더라”라고 말하는 의장석 발언록 ‘2탄’을 공개한 것이다. ‘송 최고’는 23일 대정부질문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을 지칭한 것이라는 게 새누리당 주장이다. 김 의원은 “상상도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국회 의장실은 즉각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수 대변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방미는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의 공식 초청이었고, 부부 동반이 외교적 관례”라며 “공식 순방은 대통령, 의장, 국무총리 부부는 함께 1등석을 제공하는 것이 외교부 지침”이라고 설명했다. 정의화 전 의장도 아프리카, 유럽 순방 때 부인과 함께했다는 것이다.
시계 선물에 대해서는 “방미 예산에 공식선물 제작비 항목이 있다”며 “과거 강창희 김형오 정의화 전 의장도 해외 순방에서 시계, 스카프, 자개함 등을 선물한 관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이 제기하는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선물을 받은 사람이 지역구(서울 종로)와 관련됐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샌프란시스코 일정이 추가로 잡힌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현지 취재진에게도 사전에 공개한 일정”이라고 해명했다. 17일 실리콘밸리 동포 기업인 및 과학자 간담회, 한국의 날 행사, 한국전 참전 기념비 추모 행사 등의 일정이 끝난 시간이 오후 3시 30분인데 샌프란시스코∼인천 직항은 매일 오후 1시 30분 비행기밖에 없어 18일에 비행기를 탔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17일 일정이 끝난 뒤 (정 의장의) 딸이 호텔로 찾아와 만난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굳이 샌프란시스코 일정을 집어넣은 데는 딸을 만나려는 의도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번 방미에는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동행했다. 정 의장과 3당 원내대표는 워싱턴, 뉴욕 일정까지 함께 소화했다. 이후 정 원내대표와 우 원내대표는 귀국했고, 박 원내대표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인 일정을, 정 의장은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 남은 일정을 각각 소화했다. 정 의장 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취임 일성으로 ‘특권 내려놓기’를 강조했던 정 의장이 관례라는 이유로 과거 행태를 반복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의장은 이날 외부 일정을 이유로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당의 ‘강공 드라이브’에 더민주당은 “국회의장에 대한 모욕과 비방이 도를 넘어섰다”(추미애 대표)며 정 의장을 거들고 나섰다.
여당과 야당, 그리고 의장까지 맞물린 극한 대립으로 국회의 파행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정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 등을 연이어 만났지만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3일 정 의장이 출국하기 때문에 주말쯤 여야 3당과 의장이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상황이 더 나빠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