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 망자의 편에서 과학적 규명… 책임 묻고 갈등 끝내려면 부검 꼭 해야” “전과정 영상기록… 조작 없어… 박종철 물고문도 밝히지 않았나”
백 씨 측은 경찰과 검찰의 부검 요구에 대해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때처럼 사인을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서 총장은 “당시 경찰의 은폐 시도를 결국 부검의가 밝혀 내지 않았느냐”며 “국과수의 부검이 없었다면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사망한 사실은 묻히고 말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총장은 “법의학자는 망자(亡者)의 편에 선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 과학적 사실을 밝혀 망자의 억울함을 세상에 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부검의 전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부검대 위에서 (유족들이 의심하는) 조작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 총장은 1991년 국과수에 들어가 올해 6월 30일까지 25년간 법의학자로 일했다.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1999년 씨랜드 화재 사건,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등 역사의 현장에 늘 그가 있었다.
그는 백 씨의 부검과 관련해 “당초 유족이 부검을 요구하고, 경찰이 막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정반대가 됐다”며 “현재 상황을 보면 ‘외력에 의한 사망’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 죽음의 전문가(법의학자)가 사인을 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책임자를 처벌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