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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석 前국과수 원장이 보는 백씨 부검 논란

입력 | 2016-09-30 03:00:00

“법의학자, 망자의 편에서 과학적 규명… 책임 묻고 갈등 끝내려면 부검 꼭 해야”
“전과정 영상기록… 조작 없어… 박종철 물고문도 밝히지 않았나”




 국내 법의학 최고 권위자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을 지낸 서중석 대전보건대 총장(59·사진)은 2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 백남기 씨의 부검을 하지 않으면 갈등을 영원히 종식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씨 측은 경찰과 검찰의 부검 요구에 대해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때처럼 사인을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서 총장은 “당시 경찰의 은폐 시도를 결국 부검의가 밝혀 내지 않았느냐”며 “국과수의 부검이 없었다면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사망한 사실은 묻히고 말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총장은 “법의학자는 망자(亡者)의 편에 선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 과학적 사실을 밝혀 망자의 억울함을 세상에 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부검의 전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부검대 위에서 (유족들이 의심하는) 조작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 총장도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2005년 11월 쌀시장 개방 협상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집에 돌아와 사망한 농민 전용철 씨(당시 43세)의 부검을 맡았을 때다. 그는 당시 “전 씨가 뒤로 넘어지면서 정지된 물체에 부딪혀 뇌출혈이 생긴 것으로 추정되며, 외부 물체에 의한 충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지만 시민단체와 야당은 부검 결과를 조작했다고 반발했다. 서 총장은 “전 씨는 경찰 진압 현장에서 넘어져 사망한 것이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경찰이 가슴팍을 밀어 넘어뜨린 것은 과학적 사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1991년 국과수에 들어가 올해 6월 30일까지 25년간 법의학자로 일했다.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1999년 씨랜드 화재 사건,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등 역사의 현장에 늘 그가 있었다.

 그는 백 씨의 부검과 관련해 “당초 유족이 부검을 요구하고, 경찰이 막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정반대가 됐다”며 “현재 상황을 보면 ‘외력에 의한 사망’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 죽음의 전문가(법의학자)가 사인을 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책임자를 처벌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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