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속사유 필요성 없다” 기각… 롯데수사 정당성 논란 재연 조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이 신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신 회장의 구속 여부를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3시 50분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신 회장의 이치에 맞지 않는 변명을 토대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재벌) 오너 일가의 사익 추구 비리에서 총수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그릇된 인식이 심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영장실질심사에서 1700억 원대 횡령·배임 등 경영상 이뤄진 비리의 책임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에게 전가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점에 대해 강한 톤으로 비판한 것이다.
신 회장은 영장심사에서 눈물도 흘렸다. 검찰은 특히 “신 회장은 지난해 ‘형제의 난’ 과정에서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을 맡을 당시 각종 기업 의사결정을 주도해 롯데그룹 외형을 성장시켰다고 부각해 놓고선 이제 와 비리 혐의는 모두 아버지에게 돌리는 것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을 소환 조사한 뒤 6일 만에 어렵사리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영장심사에 부장검사까지 투입했는데도 결과가 나빴기 때문이다.
검찰이 신 회장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제2롯데월드 인허가’ 비리 의혹, ‘롯데홈쇼핑 재승인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이 묻힐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중앙지검의 인지부서 3곳을 동원하며 전방위 사정을 벌인 것치고는 성적표가 초라해 수사의 정당성 논란도 재연될 조짐이다.
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