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숭호 정치부 기자
하지만 기자들은 5차 핵실험의 규모, 핵폭탄의 종류처럼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발을 딛고 있는 인도와 이웃국가 파키스탄 모두 5, 6차례 핵실험을 한 핵보유국인데도 말이다. 그 대신 △왜 대북제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도대체 북한은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다 “북한을 악마로 묘사만 해왔지 제대로 분석하지도, 실체를 바라보지도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접하면서 뜨끔했다.
기자가 토론에서 발표한 내용도 ‘우리는 북한을 너무 몰랐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북한에 대해 가장 많은 기사를 쏟아내는 한국 기자들이지만 정작 북한에 대해 직접 보고 듣는 것은 외국 기자보다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당수 북한 기사가 ‘대북 소식통’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된 일방적 주장을 검증하지 못한 채 전달하기에 급급했던 것 역시 현실이다.
북한이 현재 어떤 상태이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사회는 역동적, 개방적으로 변했고 경제도 나아졌다”고 주장한 중국 기자처럼 앞으로도 같은 현상을 놓고 정반대로 해석하는 일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현재 추세라면 우리는 머지않아 6차 북핵 실험 또는 실제 핵무장한 북한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개발 진전만을 목격하지 않으려면 지금은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 차분히 처음으로 돌아가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돌이켜봐야 할 때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대북 제재·압박 강화를, 진보진영은 정부의 정책 실패만을 주장할 뿐 어느 쪽도 ‘우리가 북한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했다’고 시인하지는 않고 있다. 왜 우리는 미국의 페리 보고서, 아미티지 보고서 같은 초당적 정책리뷰를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 답답함을 넘어 무기력함이 느껴지는 시간만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다.
조숭호 정치부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