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국제금융망 차단법안’ 발의… 北해외공관 통한 달러유입 봉쇄 의회까지 나서 초당적 대북 압박… 일각 “北-中 거래 막아야 효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제재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임기가 채 4개월도 남지 않은 정권 말기지만 북한의 핵무장 완성을 막기 위해 행정부뿐 아니라 의회까지도 초당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해 행정부와 사사건건 대립하던 의회까지도 대북제재 문제에선 한목소리를 내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북한 핵위협을 보는 눈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음을 정책과 법안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공화당과 민주당 하원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북한 국제금융망 차단 법안’은 북한 김정은의 달러 금고를 정면으로 조준한 것이다. 미 정부가 북한과 핵 물자를 거래한 랴오닝훙샹그룹 외에 다른 중국 기업들에 대한 추가 제재와 제3국에 대한 북한과 외교단절 요청 카드를 공개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온 조치다.
법안의 핵심은 북한을 달러 기반의 국제 금융네트워크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완전히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국제 금융거래 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만들면 평양으로의 달러 유입은 차단된다. SWIFT나 해당 관계자가 북한 조선중앙은행 등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바로 제재할 수 있는 처벌 조항도 명시됐다. 제3국 금융기관과 북한의 금융거래 중단 효과를 노린 것이다.
미 정부가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와 북한의 SWIFT 퇴출을 논의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이 법안 통과 및 발효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여야 의원 9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해 초당적인 합의는 이미 마쳤다.
관심은 미국이 이란에 적용했던 금융제재가 북한에 얼마나 먹힐 것인가이다. 평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달러를 옥죄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평양에선 달러가 암암리에 유통되고 북한이 유럽 등의 해외 공관을 통해 달러 결제를 하는 것으로 안다”며 제재 효과를 낙관했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미국이 2005년에 가한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식 제재를 능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마카오 BDA 내 북한 계좌 2500만 달러(약 275억 원)를 동결하자 당시 북한 지도부에선 “고통스럽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북한이 BDA 제재 이후 미국의 추가 제재를 피하기 위해 비자금을 중국 위안화, 러시아 루블화 등으로 다변화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북한은 개방경제 체제인 이란과 달리 폐쇄적인 데다 대외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과는 위안화로 주로 결제한다. 북-중 간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게 핵심이라는 지적이 있다. 미 정부는 6월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며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도 제재할 수 있도록 행정적 근거를 마련해 놓았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