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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서울!/김은홍]지방에서 행복 찾는 기준도 바꿨다

입력 | 2016-10-01 03:00:00


 나는 어중간한 나이이다. 이제 40대 초반, 아내는 30대 후반. 어디 갖다 놓아도 나이가 많은 것도 적은 것도 아니고…. 훈수 둘 나이도 아니고 철없이 행동할 나이도 아니다. 어떤 사람과 이야기하면 노인네 같고 어떤 사람과 이야기하면 푼수데기 철부지이기도 하다.

 추석 연휴 때만 되면 고민을 했다. 일터인 전주는 관광지다. 연휴가 찾아오면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아쉬워한 채 가게 문을 열기도 했다. 명절에 모인 식구들을 뒤로하고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을 맞았다. 그리고 저녁엔 부리나케 집으로 가서 가족들과 술 한잔 기울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슬슬 눈치를 보는 나에게 어느 해부터인가 아내는 “쉬자!”고 했다. 그리하여 명절에 본가에 가서 전도 부치게 되었고 처가에 가서 ‘김 서방’이라는 대우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주위에선 ‘왜?’라는 질문을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나와 아내의 생각은 이렇다. 돈은 있으면 좋지만 없으면 불편할 뿐이라고. 물론 가끔 뒷골이 땅기고 막막할 때도 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내 가족 내 식구들을 어떻게 이런 기쁨으로 맞이할 수 있을까. 그 만 원짜리 한 장을 기대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을 조카 녀석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먼 곳에서 우리를 찾아오는 형제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덜 수 있다. 굳이 내 얼굴을 보겠다고 가게까지 찾아와 나와 식사 한 번 하지 못하고 돌아가거나, 꽉꽉 막힌 길로 가다가 짜증을 내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바쁘니까, 연휴가 길어서 해외여행 가야 한다는 이유로, 이번엔 계좌로 0이 6개 찍힌 돈을 보내드릴 테니 맛난 것 사드시라는 전화 한 통으로 얼마나 즐겁고 추억 가득한 여행을 하시고 오셨는지 모르겠다. 명절 뉴스에서 얼핏 본 것 같다. 국제선 비행기가 만원이었다고. 가능했다면 입석으로도 갔을 걸이란 생각도 해봤다. 이런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쏟아 놓으면 나는 ‘할배’가 되고, 돈 안 벌고 놀았다고 하면 철부지 푼수데기 아저씨가 된다.

 긴 연휴 일주일간 가게를 비워 지금은 정말 바쁘게 가게 치우고 닦고 온몸에 쉰내가 떠나질 않는다. 가게 손님들에게 맛나고 건강한 식사를 드리기 위해 난 충전을 한 것이고, ‘이젠 놀았으니 벌어야지’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연휴였다.

 주인장으로서 돈을 벌고 손님을 맞아야 옳은 것인가. 가장으로서 대명절인 이날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해마다 명절을 보낼 때마다 이런 고민을 하겠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올해처럼 행복한 모습이 내년에도 올까’라고.

 
※필자(42)는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전북 전주로 내려가 남부시장에서 볶음요리 전문점인 더플라잉팬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은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