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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커밍아웃
덕밍아웃 시대가 왔다!
덕후
일본어 '오타쿠(オタク)' 를 한국 식으로 발음한 인터넷 신조어 '오덕후'를 줄인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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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피규어, 아이돌, 화장품, 치킨, 인형, 머그컵, 옷, 드론…
덕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과 물건에 아낌없이 돈을 쓰며 소비 주도 신(新)세력으로 떠올랐는데요.
특히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물품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소감을 널리 전파합니다.
이들의 구매력과 영향력이 입증되면서 기업들도 덕후들을 붙잡기 위해 노력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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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한때 '사회성이 부족하고 이해할 수 없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사람'이미지가 강했던 이들은 '특정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 '독특한 취향을 지닌 멋있는 존재'로 탈바꿈 했습니다.
화성인에서 고수, 능력자 등 성공의 아이콘으로 변모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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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이건 사야 해!
저는 코덕(코스메틱 덕후)이에요.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색깔, 질감을 보유한 제품은 꼭 사죠.
-대학원생 정미진 씨(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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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매체도 이런 변화를 발빠르게 반영하고 있는데요.
올해 초 인기를 끈 드라마 '응답하라 1988'속 김정봉(안재홍)은 '성공한 덕후'입니다.
게임, 영화 감상, 우표 수집 등 자잘한 일이지만 뛰어난 몰입 능력을 보여준 그는 결국 요리에 몰입해 요리 연구가로 큰 성공을 거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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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를 불러 얘기를 나누는 예능 프로그램도 등장했죠.
MBC '능력자들'은 각 분야의 덕후를 초청해 이들에게 '덕력'(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마음껏 뽐낼 기회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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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이력은 극심한 취업난에서도 좋은 스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토익 900점 이상과 높은 학점 대신 '덕질=일에 대한 열정'을 중요하게 보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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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덕력 우대'공고도 등장했습니다.
웹툰 플랫폼 기업 레진코믹스는 최근 신입사원 채용 공고에 "외국어 능력보다 자전거, 레고, 다트 던지기, 식도락 등의 덕력을 우대한다"고 밝혀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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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기업들의 덕후 마케팅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덕후들은 자신의 취향과 취미에 대해 아낌없이 지출하는 극단적 가치 소비자입니다. 경기 불황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죠. 앞으로도 덕후 대상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겁니다."
-최근 2년 간 덕후 관련 게시물 9700만 건을 분석한 SK 플래닛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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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의 취향과 취미생활을 존중하며 이들을 전문가로 대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더 많은 덕후가 더 자주, 더 많이 세상으로 나올 것"
-오타쿠 관련 논문을 발표해온 조홍미 경성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원본 / 김배중 기자
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장대진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