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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南으로 오라는 박대통령, 北급변사태 감당할 대비돼 있나

입력 | 2016-10-03 00:00:00


 박근혜 대통령이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 군인과 주민 여러분’을 적시하며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라”고 했다. 우리 최고지도자가 사실상 탈북을 촉구하는 말을 공개적으로 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 권력층과 주민을 분리하는 대북 정책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가장 강력한 수위의 발언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과 군인들의 탈영, 약탈도 빈번하다며 우리 군을 향해 “우발 상황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군통수권자로서 구체적 정보를 근거로 북한 주민과 군인에게 탈북 권유를 했을 것이다. 실제로 한미 양국은 북 급변사태에 대한 세부계획을 담은 ‘작전계획 5029’를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상 국가인 북한이 모든 자원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결국 자멸로 가는 길이다. 다만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 붕괴가 임박한 것처럼 속단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최근 화정평화재단의 14차 한중일 심포지엄에 참여한 서울대 윤영관 명예교수와 왕푸둥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조선반도연구실 부연구원은 “북한이 공포정치 속에서도 큰 동요는 보이지 않는다”며 “성급한 북한 붕괴론에 기반을 둔 대북 정책은 합리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도 “현재 정권 붕괴로 이어질 만한 불안정성은 감지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은 국제사회에 북한과의 외교경제 관계를 단절하라고 압박하고 있으나 북-중은 지난달 30일 평양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건국 67주년 기념행사에 자국 대사를 교차 참석시키는 등 5차 핵실험 이후 냉각된 관계를 복원하고 있다.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 도발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와 군은 북 급변사태에 대비하면서 국토방위와 북핵 대응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정부 부처와 민간단체들은 대량 탈북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가 정신적 물질적으로 감당할 준비가 됐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탈북 동포에 대한 관리체계를 되짚어 북 주민에게 기대와 희망을 주는 것이야말로 탈북을 이끌어내는 유력한 수단이다. 박 대통령의 국군의 날 발언이 결코 말폭탄 같은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