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압박 가속도]국군의날 기념식서 탈북환영 메시지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제68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박 대통령 왼쪽)으로부터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계룡=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정부와 국제사회는 대북 경제 제재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및 확장 억제 등 군사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 정권의 부도덕성을 부각하고 북한 주민은 분리 대응하는 고강도 심리전에도 나서겠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 “늦게 오는 자는 역사가 처벌할 것”
북한 군인과 주민을 향해선 “여러분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이라며 “인간의 존엄을 존중받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북한 정권에 대해선 “늦게 오는 자는 역사가 처벌할 것”이라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변화를 촉구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정권이 민생을 도외시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알려 북한 정권에 심리적 압박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또 박 대통령은 정치권과 국민을 향해 “내부의 분열과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북한이 원하는 핵 도발보다 더 무서운 것”, “이념과 정파의 차이를 넘어 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에 하나가 돼 달라”라고 재차 당부했다.
그러나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의 붕괴와 귀순을 직접 거론하시면 김정은 위원장을 압박하는 게 아니라 선전포고 아닌가”라며 “차라리 이런 강경한 메시지보다는 수해 지역에 쌀을 보내겠다는 기념사가 북한과 세계를 감동시켰을 것만 같다”고 주장했다.
○ “우발 상황 대비”… 주목받는 ‘작계 5029’
최근 엘리트층의 잇따른 탈북과 북한군 귀순 등 북한 내부의 동요가 심상치 않고, 향후 초강경 대북 제재로 김정은 체제의 균열이 가속될 경우 예측 불허의 상황이 전개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북한 주민과 군인에게 사실상 탈북을 권유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이 수립한 작계 5029는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유출 △군사정변(쿠데타)에 의한 정권 교체 및 내전 상황 △대규모 탈북 사태 △북한 내 한국인 인질 사태 △지진 등 대규모 자연재해 등을 가정한 군사 대비책이다. 한미 군 당국은 노무현 정부 때 작계 5029를 마련하려다 한국 정부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수립이 완료됐다.
급변사태 유형에 따라 주변국과의 외교 협력과 군사력 투입 여부, 투입 시기 및 규모 결정, 핵·미사일 등 WMD 확보 작전, 무장 세력의 무장 해제, 긴급 구호 작전, 난민 수용 방안, 안정화 작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미 군 당국은 작계 5029를 점검하면서 외교·군사적 조치 운용에 대한 세부 계획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의 핵 집착과 공포통치가 계속될수록 북한 내부에서 불안정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한미 군 당국이 관련 대책을 심도 깊게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