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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단기실적만 따져 연구비 지원… 연구 몰입할 수 있어야 노벨상도 가능”

입력 | 2016-10-03 03:00:00

[프리미엄 리포트/기초 허약한 한국 과학계]장기 대책 호소 나선 연구자들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의 커리어를 살펴보면 30대 때 유명한 이론이 될 만한 논문을 내고, 그 논문이 이후 30여 년간 해당 분야 타 논문들에서 인용된 후 60대에 상을 받는 공통적인 흐름을 볼 수 있다. 연구자에게는 30대가 골든타임인 만큼 신진 연구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하지만 이번 논문 피인용 횟수 평가에서 상위권에 오른 30대 신진 연구자들은 “단기 실적에 치중하는 연구비 지원 기준이 우리에겐 큰 장벽”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혜영 서울대 의학과 교수는 “제대로 된 연구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연구비를 받으려면 논문 절대 수가 많아야 하기 때문에 실적 마련이 시급한 신진 연구자로서는 시작부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연구비를 제공하는 대다수 기관이 연구자의 연령이나 경력과 관계없이 ‘1년간 쓴 논문 수’를 평가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연구에 갓 뛰어든 30대 소장 학자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이다.

 상용화 가능 여부부터 따지는 등 연구비 제공 기관들이 ‘돈 되는’ 연구에만 투자하려는 경향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달 23일 연구자들의 인터넷 모임 브릭(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 홈페이지에는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지원 확대를 위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에 동참한 국내외 연구자 320명은 “미국은 전체 연구개발(R&D) 예산 중 기초분야에 47%를 쏟지만 한국은 정부 주도 사업에 치중하며 기초분야에 대한 지원은 6%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기강 동국대 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신진 연구자들은 기초과학, 기초기술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상용화 가능 여부만 따지니 연구비를 받을 수 없다”며 “이들이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최소의 연구비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벨상 수상에 근접한 국내 연구자로 꼽히는 유룡 KAIST 화학과 교수는 “내가 신진 연구자였을 때도 연구비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때 연구비를 더 지원받았더라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없던 창의적인 연구를 하는 신진 연구자에게는 논문 실적에 상관없이 연구비를 후하게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석민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노벨상은 언제 어느 분야에서 나올지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성과만 연구비 지원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 신진 연구자의 가능성을 보는 특별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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