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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조준모]불경기에 수시 파업, 교섭주기 바꿔라

입력 | 2016-10-03 03:00:00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우리나라 경제성장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런 여건에 아랑곳하지 않고 파업들이 여기저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노동시장 양지(陽地)인 대기업-정규직은 고임금에 과보호를 받고 있다. 반면 음지인 중소기업-비정규직은 저임금에, 고용불안까지 중첩되고 있으며 청년실업은 역대 최고 수준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파업은 조선업 원청 대기업에서 발생한 뒤 공공부문과 금융부문의 성과연봉제 반대 파업, 설립 30년 된 현대자동차 노조의 26번째 파업 등으로 전국이 줄파업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지난주 서울지하철과 부산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중단했지만 철도노조의 파업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별 사업장의 노사관계는 기본적으로 사적 자치이기는 하지만 초대형 사업장들의 경우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고 파업기간과 교섭결과에 따라서는 하청기업의 매출,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웃에 대한 배려 없는 이기주의적 노사관계는 국민의 비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고도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높은 청년실업률을 걱정한다는 것은 진정성이 결여된 립 서비스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서울지하철 파업의 빌미가 됐던 성과연봉제의 도입 여부를 노사 합의로 결정하겠다고 밝힌 서울시의 발표도 ‘국면 전환용’이라는 인상을 준다.

 대기업의 경직적 단체교섭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저해한다는 사실은, 현대차의 국내외 생산량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2006년 64.6%이던 현대차의 국내 생산물량은 2016년에 37.6%로 감소한다. 국내 생산물량 비중이 감소한다는 건, 그만큼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국내 일자리가 감소함을 의미한다. 최근 광주시는 제2의 광주 기아자동차 공장을 신설 투자유치하고 지나치게 높은 초봉을 낮추는 지역 노사정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몇 년 지나면 초봉이 도로 상승하리라는 점이다. 그룹 내 동종 계열사 현대차가 이렇게 파업을 하는 현실에서 기아차의 일자리 모델의 실현 가능성은 어둡기만 하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특별히 전국 단위 이슈를 쟁취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임금인상률을 가지고 전면 파업까지 불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파업은 그들의 하청, 비정규직, 청년 근로자들을 노동시장의 주변부로 내모는 것이다. 병원 환자를 볼모로 잡는 보건의료노조나 공공의료노조의 연대 파업은 국민 생명권과 건강권을 위험한 순간까지 몰고 갈 수 있다.

 현재와 같은 대기업 노사관계의 단체교섭, 파업 등 낡은 관행은 개혁돼야 한다. 대기업 단체교섭의 개혁 방향은 공동체 이익과의 조화를 지향해야 한다. 단체교섭 관행과 협약이 고쳐지지 않은 채, 아무리 노동 관련법을 개혁한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고착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단체교섭은 선진국에 비해 교섭주기가 빠르고 교섭횟수 및 교섭시간도 길며, 그런 만큼 노사갈등 사업장에서는 파업 빈도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노사가 교섭시간과 횟수는 줄이고 파업은 자제하고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교섭에 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1년과 2년인 임금협약과 단체협약의 교섭주기를 선진국 수준으로 보다 길게 하는 입법적 노력 또한 병행돼야 할 것이다.

 산별 노조의 우산 아래 수시로 연대 파업을 벌이는 노동조합의 태도 변화를 위해 사 측은 회사 사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노 측은 젊은 세대의 생존을 위해서도 무리한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 존중과 배려를 통한 생산적 교섭으로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는 그들의 미래, 우리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