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드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중 한 사람인 미국의 크리스 마틴은 K드라마를 낱낱이 해부해 신선하게 패러디한 10부작 웹 드라마 ‘드라마월드’를 제작했다. 한드 팬인 미국인 소녀가 우연히 K드라마에 빨려 들어가 펼쳐지는 일을 그렸다. 미드 속 한드에는 ‘캔디형’ 여주인공, 까칠한 재벌 2세, 그의 곁을 맴도는 악녀, 성격 파탄자 같은 재벌가 사모님이 등장한다. 한드의 필수 양념, 예컨대 빨래판 복근을 노출하는 샤워 장면과 뜬금없고 노골적인 간접광고도 골고루 버무렸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한드에 빠져 영상 연출로 행로를 바꾼 마틴 감독은 ‘한드덕후’로 불린다. ‘덕후’란 일본의 오타쿠에서 파생된 말로 특정 분야에 몰입해 전문가급으로 인정받는 사람을 뜻한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덕후는 사회 부적응을 뜻하는 부정적 의미에서 지금은 트렌드를 이끄는 주역으로 주목받는다. 실제로 올 7월 넷플렉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월드’는 지난달 서울드라마어워즈 시상식에서 지난 1년간 국내서 가장 사랑받은 해외 드라마로 뽑혔다. 39개 언어로 번역될 만큼 한드 마니아층의 인기를 끌면서 차기 시리즈 얘기도 나온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