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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이재인]복지 포퓰리즘의 악몽과 아동수당

입력 | 2016-10-04 03:00:00


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장

 최근 아동수당 제도 논의가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내년 대선 레이스에 띄워 올릴 어젠다 발굴을 고민하던 각 당은 여야 할 것 없이 일제히 인구절벽의 해법으로 아동수당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아동수당은 보통 12세 미만 아동이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소득계층에 상관 없이 매달 일정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아동에 대한 재정 투자를 늘려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머지않은 장래에 도입해야 할 제도인 것은 맞다. 그러나 간단치 않은 예산구조 문제를 그대로 놔둔 채 이 문제부터 불쑥 꺼내 퍼주기 경쟁의 제물로 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지금 우리 실정은 어떤가? 아이 낳기가 겁난다고들 하는데 대표적인 문제는 안심하고 맡길 만한 보육환경이 안 된다는 점이다. 어린이집 경영개선, 보육교사 자질 향상은 예산 없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왕에 벌여 놓은 국가책임보육 이행에도 아직은 한참 더 돈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 문제는 놔두고 새 어젠다를 또 던진다니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10년 총선과 2012년 대선 사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는 복지였고, 그중에서도 무상보육 논란이 핵심이었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기 싫었던 여야는 앞다퉈 정부가 반대하는 전 계층 보육료 지원 확대를 강압적으로 주도했다. 그런데 확대가 무색할 만큼 보육계의 현실은 상처투성이로 흘러왔다. 보육지원 대상을 확 늘리고 나니 보육의 질을 개선할 예산상 여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앞으로 우리 대한민국은 아동가족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우리와 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들의 평균 수준이 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현재의 두 배 이상은 지출해야 한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출산율 제고를 위한 예산지원 시스템의 수정, 그리고 주기적인 예산효과 평가방법론 수립과 전담 부처의 신설 같은 큰 그림을 제시하는 일이다. 아동수당 제도가 정착될 판을 정비하지도 않은 채 도입 여부만 결정하는 바람에 좋은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망치는 형국이 또 나올까 지레 겁이 난다. 

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