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장
아동수당은 보통 12세 미만 아동이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소득계층에 상관 없이 매달 일정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아동에 대한 재정 투자를 늘려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머지않은 장래에 도입해야 할 제도인 것은 맞다. 그러나 간단치 않은 예산구조 문제를 그대로 놔둔 채 이 문제부터 불쑥 꺼내 퍼주기 경쟁의 제물로 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지금 우리 실정은 어떤가? 아이 낳기가 겁난다고들 하는데 대표적인 문제는 안심하고 맡길 만한 보육환경이 안 된다는 점이다. 어린이집 경영개선, 보육교사 자질 향상은 예산 없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왕에 벌여 놓은 국가책임보육 이행에도 아직은 한참 더 돈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 문제는 놔두고 새 어젠다를 또 던진다니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앞으로 우리 대한민국은 아동가족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우리와 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들의 평균 수준이 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현재의 두 배 이상은 지출해야 한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출산율 제고를 위한 예산지원 시스템의 수정, 그리고 주기적인 예산효과 평가방법론 수립과 전담 부처의 신설 같은 큰 그림을 제시하는 일이다. 아동수당 제도가 정착될 판을 정비하지도 않은 채 도입 여부만 결정하는 바람에 좋은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망치는 형국이 또 나올까 지레 겁이 난다.
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