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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창업동지들 머리 맞대니 사업고민 싹”

입력 | 2016-10-05 03:00:00

동아일보-서울 성북구 공동기획
청년창업 활성화 미니포럼




9월 30일 서울 성북구 성북구청에서 열린 ‘청년 창업가에게 듣는다’ 미니포럼에 참가한 청년창업가들과 김영배 성북구청장(뒷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 신연수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장, 대학 관계자들이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누군가 저를 자꾸 밑으로 끌어내리는 기분이었어요. 누워 있으면 지하까지 계속 내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북구 성북구청에서 열린 미니포럼에서 초빙강연자로 나선 한민성 ‘둘러앉은밥상’ 대표(35)는 창업의 어려움을 이같이 말했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성북구와 공동 기획한 이날 포럼에는 김영배 성북구청장, 신연수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장을 비롯해 성북구에서 활동 중인 청년창업가 50여 명, 대학 창업지원센터 교수 등 80명이 모여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 대표는 “당신이 절대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라” “청년 창업자는 누구나 괴롭고 힘든 시기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청년들에게 던졌다.

 농산물 온라인 유통회사인 ‘둘러앉은밥상’은 농산물을 적정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편리하게 공급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3억 원에 육박한다. 현재 충남 당진시 문구현 농부의 단호박, ‘유기농 효덕목장’의 자연 숙성 치즈, 충남 예산군 박은서 농부의 6년근 인삼 등을 판매한다. 정성 들여 키우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제품 디자인으로 생생하게 보여줘 소비자들에게는 신뢰를 준다. 대학 재학 시절 자전거로 전국 무전여행을 다니며 시골 농가에서 숙식했던 기억을 창업 아이디어로 발전시켰다.

 사업 도중 고비가 왔을 때마다 힘을 줬던 건 한 장의 사진이다. 한 대표는 한 농부의 환한 얼굴 사진을 청년들에게 보여주면서 “어떻게 팔아야 할지 몰라 애를 먹던 농부의 환한 미소였다”며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기에 다시 뛰게 된다”고 말했다.

○ “저렴하게 같이 모여 사니 서로 윈윈”

 이날 모인 청년창업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서울 성북구 ‘도전숙(宿)’에 입주하거나 성북 스마트앱창작터에 입주해 있는 청년들이다. 성북구는 막 창업한 청년들에게 거주하고 일할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이들이 모여 마음 놓고 살고, 일할 공간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주거복지 정책인 ‘도전숙’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일종의 직주혼합형 공공임대주택이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성북구에 창조기업타운이 정착할 수 있도록 올해 4월 성북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공동사업을 활발히 펼쳐 왔고, 이날 포럼도 이를 지원하기 위한 공론의 자리였다.

 도전숙에 입주한 청년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디오인사이트 유승환 대표(39)는 “2014년 10월 4평짜리에 입주하던 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고 회상했다. 이제 곧 29.8m²(약 9평) 도전숙으로 옮길 예정인 유 대표는 “앱 센터나 사무실에 모여 살게 되면서 업체들끼리 서로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각자가 강점인 부분들을 이야기하고 필요할 때 서로 저렴한 비용으로 인력을 빌려줄 수 있다. 김지희 테라곤 대표(30·여)는 “홈페이지를 서로 살펴볼 때 각자는 보이지 않는 단점과 장점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혼자라면 놓치는 부분들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창업자들끼리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창업에만 집중 지원이 아쉬워

 김효용 한성대 교수(애니메이션 전공)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 대학교수들도 변화하는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 대학의 고민을 토로했다. 변혜원 성신여대 창업지원센터 산학협력단장은 “연구를 오랫동안 해온 교수들은 학생들의 고민에 어떤 도움을 줘야 할지 스스로 소극적이거나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대학 역시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교수들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과 청년창업가들은 “기술창업에만 정부의 지원이 몰리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마진욱 한국예술종합학교 일자리지원센터 팀장은 “한예종은 예술을 전공으로 한 학생이 대부분이라 예술 분야로 사람들에게 서비스하는 창업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의 지원은 이런 부분은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예를 들어 음악을 활용한 태교 서비스처럼 음악가들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있지만 이를 구현할 방법을 몰라 초기 단계에서 포기한다. 한민성 ‘둘러앉은밥상’ 대표 역시 “농업이나 제조업, 서비스업처럼 무궁무진한 분야가 있지만 앱과 같은 기술창업에 공무원들이 더 관심을 갖고 이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단기적 지원에 머문 채 마케팅을 확대하지 못해 사업성은 인정받았지만 폐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도전숙’과 같은 청년 창업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창업에서 주거복지가 핵심이라고 보고 적극 추진해 오고 있다”며 “청년창업 및 주거복지 이슈에 관해 언론사와 함께 청년의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를 갖게 된 점이 무척 뜻깊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앞으로도 이런 공론화의 자리를 더 많이 열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신연수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장은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라인’이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급성장한 것처럼 생각하지 못한 기회가 준비된 청년들을 찾아올 것”이라며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청년창업과 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어젠다를 계속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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