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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사과는 했지만… “외국선사는 정부가 파격지원” 항변

입력 | 2016-10-05 03:00:00

[국감 정상화 첫날]정무위 국감 ‘한진해운 사태’ 질타
野 “법정관리 거론하며 지원 요구… 대마불사 배짱으로 국민 협박한것”
산은 회장 “오너 희생 안해” 비판… 조양호 “누가 경영하든 해운업 살려야”




조양호-이동걸 회장 책임 공방 4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이 선서를 하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는 한진해운 법정관리행의 책임 소재를 놓고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앞줄 오른쪽)과 조 회장의 공방이 벌어졌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국정감사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와 물류대란 사태에 대해 국민과 의원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공식 석상에 처음 나선 조 회장은 이날 “물류대란을 일으키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의원들이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조 회장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했다”며 적극 항변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진해운이 채권단과 자율협약 중이던 6월 산은에 보낸 공문 중 ‘유동성 지원이 없을 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거론하며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배짱으로 채권단과 국민을 협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2014년 한진해운 인수 뒤 2조 원의 자금을 공급해 부채비율을 낮췄다”며 “(자율협약 때도) 대한항공이 지원 가능한 최대 금액인 4600억 원에 사재 400억 원을 내놓겠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400억 원에 대해서는 “정확하진 않지만 재산의 20%가량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해운 사태의 원인을 두고도 채권단과 조 회장은 이견을 보였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현대상선은 유동성을 확보하고 현대증권을 내놓겠다는 오너의 결단이 있었지만 한진해운은 유동성이 거의 없고 ‘내 팔이라도 자를 것’이라는 대주주 결단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은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현대상선 이상의 노력을 했다”며 “외국 선사들은 정부로부터 수십조 원을 지원받아 물량 공세와 출혈 경쟁을 벌이는데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란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조 회장은 “동생이 죽은 뒤 회사가 부실해졌고 제가 인수해서 궤도에 올려놓으려 했지만 한계를 느꼈다”며 당시 한진해운을 경영했던 최은영 전 회장의 책임을 우회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또 “외국 대형 선사와의 ‘치킨게임’에서 한진해운이 졌지만 누가 경영하든지 해운업은 살려야 한다”며 한진해운 회생을 요청했다.

 이날 국감장에서 물류대란의 책임을 둘러싸고 진실 공방도 벌어졌다.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은 “법정관리 결정 이전에는 채권단이나 정부로부터 화물과 운송 정보를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 화주 계약 정보만 요청받았으나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에서 “물류대란에 대비해 한진해운에 화주 및 운항 정보 등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박창규 kyu@donga.com·이은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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