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4일 화요일 맑음. 만년설. #223 Caetano Veloso ‘Luz Do Sol’(1986년)
3일 밤 경기 가평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무대에서 노래하는 브라질 팝의 거장 카에타누 벨로주.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제공
개천절 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에 선, 아니 앉은 남미의 팝 거장 카에타누 벨로주(74)는 기타 한 대, 목소리 하나만으로 붓질한 성화(聖畵)같았다.
친한 음악가 H는 몇 년 전 어느 날 벼락 같이 삼바에 빠진 뒤, 생전 가본 적도 없는 브라질에 매료돼 무작정 포르투갈어 사전을 사 언어를 독학했다고 했다. 그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가는 90분이었다. 미묘한 화성 운영과 꿈결 같은 멜로디만으로도 노래의 얘기는 구구절절하게 들렸으니. 가사가 궁금해질 수밖에.
밴드 편성 대신 기타 한 대와 노래만으로 일관한 무대는 조금 아쉽기도 했다. 사이키델릭 록부터 전자음악까지 망라한 그의 괴팍한 음악적 꼭짓점들까지 맛볼 수는 없었으니까. 그 대신 그 고즈넉함은 가을이 태어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이를 잊은 미성, 자연의 섭리처럼 정교한 가창과 연주는 경이로웠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