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식어버린 부산국제영화제
작년만 같았으면… 69개국 299편의 초청작으로 꾸려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레드카펫, 파티 등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예년보다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엔 22만7377명으로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사진은 지난해 개막식 현장.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영화인 파티와 게스트 행사 취소
가장 눈에 띄는 건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매년 영화제 기간에 열어온 영화인의 밤 등 다양한 초청 행사(파티)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은 올해 이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이 행사에는 한 해 동안 영화를 선보인 배우와 감독, 바이어 등 영화 분야의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각 배급사의 내년도 영화 라인업이 공개돼 영화제 하이라이트의 하나로 꼽혔다.
○ 스타로드 행사도 불발
배우와 감독들의 부산행 역시 줄어들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인 봉준호 감독과 부대표인 류승완 최동훈 변영주 감독 등은 영화제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화제 최대 볼거리의 하나인 ‘스타로드’ 행사도 취소됐다. 마린시티 ‘영화의 거리’에서 열리는 스타로드는 배우들이 150m 길이의 레드카펫을 걸으며 관객과 호흡하는 자리로, 개막식 당일 열리는 레드카펫과 더불어 영화 팬들이 기다려온 행사다. 지난해에는 25개국 80여 명의 배우와 감독들이 참가했다. 개막식 당일의 레드카펫 행사 역시 예정대로 열리되 지난해 전도연 손예진 황정민 등의 톱스타급 배우가 참석한 것과 달리 올해는 일부 신인배우나 외국 감독을 제외하고는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의 스타급 배우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김동호 영화제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막판까지 배우와 감독 등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참여를 독려했지만 영화인들의 호응이 크지 않았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참석하고 싶어도 목소리 큰 영화인들 때문에 불참을 결정한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 영화인들이 갈등을 보여온 부산시 측에 대해 불만이 남아 있을 수는 있지만 한국 영화가 팬들의 사랑 속에 성장해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쪽에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해촉 등에 대한 부산시의 사과와 해명 없이 열리는 영화제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