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국 찾은 김종민 英케임브리지大 교수
삼성에서 17년간 일하다 영국 옥스퍼드대를 거쳐 올해 초 케임브리지대 정교수가 된 김종민 교수가 지난달 23일 서경대를 찾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012년 3월 삼성종합기술원 김종민 전무(60)의 직함은 ‘영국 옥스퍼드대 전기공학과장’으로 바뀌었다. 올해 초 케임브리지대로 옮기고, 지난달 23일 서경대를 찾은 김 교수를 불쑥 찾아가 만났다.
김 교수가 바랐던 대로 그의 이직을 아는 사람은 한국에 많지 않다. 하지만 당시 옥스퍼드대에선 “삼성의 나노 전문가가 한국인 최초의 공채 정교수로 온다”며 떠들썩했다. 김 교수는 삼성이 핵심 기술 인력에게 부여하는 최고 명예직인 ‘삼성 펠로’ 공개 경쟁 1기(2003년)다. 삼성 펠로 동기가 현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이다.
옥스퍼드대로 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흔에 결혼해 늦게 얻은 아들, 아내와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들을 유학 보내고 기러기 생활을 하던 김 교수는 영국의 친구에게서 “옥스퍼드대 교수 공채 공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2011년 8월 면접 후 2시간 만에 공대 학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국인 교수를 처음 받는 옥스퍼드대는 김 교수에게 정년 보장과 교수 추천권은 물론이고 ‘스타트업 펀딩’으로 연구비를 10억 원 이상 지원했다. 김 교수가 따로 수주한 연구비만 수백억 원이다. 퀀텀닷 연구는 고효율 태양전지, 스마트 조명 등으로 발전시키는 중이다.
올해 1월 김 교수는 케임브리지대 ‘전기공학과 교수(1944)’로 자리를 옮겼다. 전기공학과에 정교수 자리가 만들어진 1944년을 기념하기 위한 이 타이틀을 받은 건 김 교수가 네 번째. 케임브리지대 이공계 내 최초의 한국인 정교수다.
지난달 23일 김 교수가 서경대 나노융합공학과를 찾아왔다. 나노 구조물을 이용해 당뇨 환자의 혈당을 체크해 인슐린을 자동 투입하는 센서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서다. 서경대 김종훈 교수가 관련 연구를 오래했다고 들은 김 교수가 선뜻 학교를 방문했다. 김종훈 교수는 “유명한 분이 작은 대학에 찾아와 줘 놀랐다”고 했다.
경북 청도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가정형편 탓에 장학금을 준다는 곳만 찾아다녔다. 철도고(현재 폐교)와 홍익대 전자공학과에 진학했던 이유다. 미국 뉴저지주립대에서 석사를 시작한 것도 학비가 저렴해서였다. 거기서 나노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 윌리엄 카 교수를 만난 게 큰 전환점이 됐다.
김 교수는 옥스퍼드대에서 한국 유학생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아프다고 했다. 한국에선 ‘시험 귀신’이던 유학생들이 4점 만점에 3.6점 이상인 학점 기준을 못 채워 대학원 진학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국의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이 발전하려면 창조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인문학을 죽일 게 아니라 이공계와 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