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승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나이가 들수록 육신은 점점 추해지고, 정신도 부패할 뿐이라네.” 셰익스피어의 ‘태풍’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우아하게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게 해주는 경구죠. 특히 몸으로 먹고사는 스포츠선수들은 ‘우아하게’ 늙기가 쉽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완숙’이 아니라 ‘은퇴’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령 타자인 스즈키 이치로는 ‘자연의 법칙’에 역행하는 선수입니다. 이치로의 나이는 마흔 셋입니다. 야구선수로는 ‘할아버지급’이죠. 그러나 그라운드에선 20대 못지않습니다. 2001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타격왕 2회, 최다안타왕 7회나 차지했고 메이저리그 통산 3030안타를 때려낸 그의 방망이는 여전히 활화산입니다. 올 성적도 타율 0.291(327타수 95안타)에 1홈런 10도루로 우등상을 탈 만합니다.
마이애미 이치로.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이치로가 또 한번 아구팬들의 고개를 절레절레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이애미와 연봉 22억원에 재계약하기로 해 내년에도 빅리그를 누빌 전망입니다. 연봉이 전성기 몸값의 20% 밖에 안 되는 ‘헐값’이지만 그는 돈보다 현역 선수의 길을 택했습니다. “50세까지 선수로 뛰고 싶다”는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닐 듯싶습니다. 식사는 물론 타격훈련 때 타구의 방향까지 계획해 실행할 정도로 엄격하게 자기관리를 하기 때문입니다.
‘고령=죄’가 되는 현실에서 ‘우아하게’ 나이를 먹어가며 선전하는 이치로와 이승엽은 많은 중년들에게 희망을 줍니다. ‘그래, 내 나이가 어때서?’ 다시 출발입니다.
연제호 편집국장 s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