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국가대표팀 손흥민, 김신욱, 이청용, 곽태휘(왼쪽부터)는 모두 과거 카타르를 상대로 골맛을 봤다. 기분 좋은 추억을 지닌 이들 4총사는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카타르와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차전에서도 대표팀 공수의 핵으로 듬직한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픽|유진한 기자 haja1787@donga.com
■ 오늘 오후 8시 월드컵 亞최종예선 카타르전
곽태휘 4년전 카타르 상대 역전골
김신욱 A매치 첫 골 ‘행복한 기억’
좌우날개 손흥민 이청용도 골 맛
2012년 6월 9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 사드 스타디움.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같은 조로 편성된 한국과 카타르가 역대 6번째 A매치를 치렀다.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중동의 6월 기온은 살인적이었다. 오전과 늦은 밤에는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정오 무렵부터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엄청난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경기 하루 전, 이곳에서 공식 풀 트레이닝을 소화한 태극전사들은 자신들을 맞이한 차디찬 바람에 깜짝 놀랐다. 풀로 가동되는 에어컨 바람은 서늘하다 못해 으스스할 정도였다. 당시 임시 사령탑 자격으로 축구국가대표팀을 이끈 최강희 감독(전북)도 “긴팔 유니폼을 급히 공수해야 할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로 카타르축구협회의 환대(?)에 감사했다.
그러나 고마워할 필요는 없었다. 역시 ‘꼼수’가 감춰져있었다. 경기 당일 1만여 명의 소규모 관중만 입장한 알 사드 스타디움의 장내는 찜통을 방불케 했다. 스탠드 곳곳에서 부채질을 하는 모습만 보였다. 카타르는 중동의 더위가 자신들에게 훨씬 유리하다고 봤다.
물론 처음에는 그랬다. 전반 22분 카타르가 먼저 골을 뽑았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치는 쪽은 상대였다. 후반 10분 역전에 성공했다. 역전골을 터트린 선수는 베테랑 중앙수비수 곽태휘(35·서울)였다. 이 골은 2008년 1월 칠레와의 평가전으로 A매치에 데뷔한 그가 현재까지 기록한 마지막 득점(5호)이다.
4년이 흐른 지금도 곽태휘는 여전히 국가대표로 활약 중이다. 브라질월드컵이 끝난 2014년 후반기부터 지휘봉을 잡은 울리 슈틸리케(62·독일) 대표팀 감독의 무한신뢰를 받고 있다. 필드 안팎에서 후배들을 독려하고 중심을 잡아줄 정신적 리더로 손색없는 그를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전(6일·수원)∼이란전(11일·테헤란)으로 이어질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4차전을 위해 다시 호출했다.
‘슈틸리케호’의 좌우 날개들도 카타르전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최근 소속팀에서 절정의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는 손흥민(24·토트넘)과 점차 관록을 더해가고 있는 이청용(28·크리스털 팰리스)도 카타르의 골망을 출렁이게 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2013년 3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카타르와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홈경기(2-1 승)에서 손흥민은 1-1로 팽팽한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넣어 3만7000여 관중을 열광케 했다. 이청용도 2008년 11월 도하에서 치러진 원정 평가전(1-1 무) 전반 6분 선제골을 터트린 바 있다.
홈 1차전에서 중국을 3-2로 꺾은 한국은 시리아와의 2차전에서 0-0으로 비겨 위기감에 휩싸여있다. 이유를 불문하고 반드시 이겨야 할 승부를 앞둔 지금, 행복한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태극전사 4총사의 활약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