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10나노미터 기계로 과학 새 지평”
외부 자극따라 움직이는 특수분자… 암세포 치료제 등 효용 무궁무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 시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프랑스 출신의 장피에르 소바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교수(72), 영국 출신의 프레이저 스토더트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74), 네덜란드 출신의 베르나르트 페링하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교수(65)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기계적 결합’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분자 기계(molecular machines)를 최초로 개발했다”고 상을 수여한 이유를 밝혔다.
스토더트 교수는 1991년 두 번째 분자 기계인 ‘로탁세인(rotaxane)’을 개발했다. 로탁세인은 얇은 실 모양의 분자에 고리형 분자를 꿴 분자다. 그는 로탁세인을 기반으로 분자 리프트, 분자 근육, 분자 기반의 컴퓨터 칩도 개발했다.
페링하 교수는 1999년 분자 모터를 최초로 개발했다. 당시 그는 같은 방향으로 계속해서 회전할 수 있는 분자 날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분자 모터를 활용해 페링하 교수는 분자 모터보다 1만 배 큰 유리 실린더를 회전시키기도 했다. 이후에는 분자로 이뤄진 ‘나노 자동차’를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김종승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분자 기계는 주머니처럼 볼록한 부분이 있어서 환경에서 유해물질을 분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며 “수은 등 중금속을 포집해 밖으로 끌어내는 작업에 쓸 수 있고, 암세포 치료제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페링하 교수는 “아직은 연구의 초기 단계지만 모든 종류의 기능을 상상할 수 있다”며 “앞으로 기회는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0.1nm 크기의 원자들을 정밀하게 가공해 자연계에 있지 않은 분자를 새로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또 “수상자들이 만든 분자는 기하학적으로 굉장히 만들기 어려운 구조”라며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특성도 보인다”고 말했다.
변지민 here@donga.com·송준섭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