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도 ‘구태 국감’]
증인 불러놓고 자리 비운 의원들 자신의 질의 순서가 끝나면 국정감사장을 떠나는 일부 국회의원의 구태는 올해 국감에서도 반복됐다. 5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국감에서 오전 질의를 마친 의원들의 자리 곳곳이 비어 있다. 반면 피감기관석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국감장을 계속 지켰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지난달 27일 오후 10시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의 50대 초선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30대 초반의 주무관에게 이렇게 반말을 섞어가며 따져 물었다.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지 갓 1년 된 이 주무관은 권력형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미르재단의 설립 허가 실무를 담당했다는 이유로 이례적으로 불려나왔다. 일부 다른 의원들도 질의할 때 “납득이 안 되지?” “나이는 몇 살인가?” 등 반말을 쓰기도 했다.
이 주무관을 타박하던 초선 의원은 지난달 30일 교문위 한국학중앙연구원 감사에선 70대 이기동 원장(73)이 화장실에서 “새파랗게 젊은 애들한테 수모를 당하고…. 못 해 먹겠다”라고 한 말을 전해 듣고 “국회의원을 모욕했다”며 발끈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한 막말 갑질이었다.
○ “기침이 국감에 방해 되니 나가라”
지난달 30일 교문위 국감에서 이 원장이 “새파랗게 젊은 애들”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으면서도 이 같은 발언을 부인하자 야당 의원들은 폭발했다. 더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말씀을) 해놓고도 기억을 못 하시는 심각한 치매적인 상태든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은 “이분(이기동 원장) 성격이 기복이 심하다. 오락가락하고 횡설수설한다”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 설(說)에만 근거한 의혹 제기
충분한 확인 없이 의혹을 제기해 망신을 산 경우도 있다. 지난달 29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중소기업청·특허청 국감에서 더민주당 초선 어기구 의원은 최동규 특허청장 아들이 LIG넥스원에 특채됐다며 취업 청탁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는 어 의원이 최 청장의 아들과 동명이인을 잘못 알고 실수한 것으로 드러나 사과를 해야만 했다.
○ 안건과 동떨어진, 뜬금없는 발언들
5일 국방위원회 국방부 국감에서는 국회 파행 사태를 둘러싸고 더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국회 파행에 대한 새누리당의 책임 문제를 없었던 것처럼 할 수는 없다고 보는데 장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었다. 한 장관이 “제가 답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하자 이 의원은 “국감에서는 모든 문제에 대해 답변할 의무가 있다”며 재차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4일 서울고검 등에 대한 법사위 국감에선 고 백남기 농민의 부검 영장에 관한 논쟁으로 여야 의원들이 뜬금없는 공방을 벌였다. 정의당 원내대표인 노회찬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가족 반대로 부검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엉뚱하게 박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을 사례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그렇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부검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라며 뜬금없는 맞불을 놨다.
○ 여당의 ‘무조건’ 정부 옹호
김 의원은 또 이날 야당이 미르재단 관련 수사를 검찰에 촉구하자 미르재단과 최순실 씨 관계를 빗대 “남녀가 이제 손 한 번 만졌는데 애를 낳았는지 물어보는 식”이라며 야당의 주장이 어처구니없다는 식으로 받아쳤다.
피감 기관장이 위증을 조장하는 발언도 나왔다. 지난달 30일 교문위 국감에서 이 원장이 “새파랗게 젊은 애들” 발언으로 곤경에 처하자 옆에 있던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의원들이 아니라) 기자들한테 했다고 하세요”라고 조언한 장면이 국회 폐쇄회로TV에 드러났다. 정부가 자료 제출을 회피하는 ‘악습’도 여전했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국무조정실의 자료제출 거부 사유로 ‘담당 직원이 공황장애’ ‘부모님 생신’ ‘장례식장에 가느라’ 등등 황당한 답변을 늘어놓은 사례가 공개돼 여야 의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편집국 종합